프롤로그''악 다문 아랫입술이 기어이 찢어져 빨간 방울이 맺혔다. 물기 없이 건조하게 마른 입술 위 딱지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 빡빡한 몸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그를 맞으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사랑이라 이름을 지어도 충분한 남자였지만 유이는 성혁과 피부가 닿는 순간부터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빌어먹게도 누군가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가 발동을 하였다. 생살이 찢기듯 날카로운 통증이 몸을 관통했다. 받아들이기로 해놓고도 아픈 몸은 제멋대로 움직여 성혁의 가슴을 밀어내고 있었다.'“아……흣. 아파, 선배.”'“미안해, 유이야. 조금만 참아 봐.”'조심스러운 동작으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던 그가 유이를 달랬다. 성혁 역시 그녀의 결벽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유이를 위하는 마음이 훨씬 컸기에 안게 해달라는 말을 참아 왔었다. 느닷없이 안아 달라며 유이가 먼저 유혹을 하자 성혁은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어져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예상대로 첫 경험인 유이의 깊은 곳은 침략자를 거부하며 굳게 문을 닫았다. 흥분으로 핏줄이 곤두섰으나 그는 땀까지 흘리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성혁 선배, 멈추지 말아요. 내가 아파해도 날 가져요. 하아.”'“유이야, 사랑해.”'그녀가 물기로 번들거리는 성혁의 등을 끌어 가슴에 담아 안았다. 슬픔이 솟구치며 눈앞이 눈물로 흐려졌다. 몸 안까지 깊숙하게 도달한 남성 때문이 아니었다. 성혁이 속삭이는 고백 한 마디가 가슴을 파고들며 날카롭게 생채기를 냈다. 그에게 눈물을 보이면 들통 나고 만다.'유이는 보기 좋게 단단한 어깨를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꽉 부여잡고 성혁이 움직이는 리듬에 맞추어 함께 몸을 이끌었다. 꺼림칙하게 닿았던 느낌은 사라지고 지금은 오로지 그의 자취를 많이 묻히려는데 마음이 급급했다. 숨찬 호흡이 유이의 입술에 내려앉더니 격하게 움직이던 동작이 멈춰졌다. 그는 그녀의 몸 위에 엎어져 남은 여운을 즐겼다. 곧 침대 옆자리에 털썩 몸을 눕히는 성혁을 쳐다보고 유이는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옷가지까지 모두 챙겨들고 들어갔다.'육체와 정신이 모두 충만해진 성혁은 나른한 몸을 베개에 기대고 앉아 유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무뚝뚝하게 굳어 있는 표정은 그저 통증 때문이라 여겼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나온 그녀는 오피스텔에 들어올 때와 같은 모습으로 옷을 다 갖춰 입고 있었다.'“여기서 자고 가. 아니다, 네가 불편하지? 잠깐만, 내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여기서 끝내기로 하죠, 성혁 선배.”'벌거벗은 채 침대에서 내려와 바지를 꿰어 입던 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단추를 잠글 여유도 없었다. 엉덩이에 불안하게 바지를 걸쳐두고 성혁은 시베리아 냉기만큼이나 서늘한 연인을 바라보았다. 방금 사랑을 나누었던 흔적은 한 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