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하수인.”'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중고등학교 때 모두 합쳐서 정확히 세 번째였다. 그녀가 얼핏 조소를 흘리며 대답했다.'“결함이라 잘 기억이 안 나나본데, 허수인이거든.”'“어. 하수인.”'수인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더 이상 대꾸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인이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다시 가려하자 그가 힘을 주어 그녀를 잡아끌었다. 수인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왜 여기야.”'“…….”'“왜 하필 여기냐고.”'“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거든.”'수인이 반박하자 수혁이 그녀의 눈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눈이 원래 이렇게 매섭게 생겼었나. 옛날엔 순했던 것 같은데. 수인은 또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 고개를 저어 버렸다.'“근데 진짜 웃기지.”'언뜻 생각난 듯, 수인이 웃으며 말했다.'“난 잘 기억도 안 나는 남자가, 내 얘기를 이리저리 떠벌리고 다닌 거 말이야. 결함이네 어쩌네 하면서. 거만 한 번 잘 떨더라고.”'“…….”'“살다 살다 내가 이렇게 웃긴 경우는 처음이라, 암튼 웃겨줘서 고맙다. 이건 좀 놔.”'수인이 다시 손을 뿌리치려 하자 수혁이 그녀를 복도 벽으로 거칠게 밀어 붙였다. 그리고 양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어디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에 깜짝 놀란 수인은 뭐 하는 짓이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른 곳도 아니고 고깃집 복도에서. 것도 동아리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고깃집에서. 그러나 수혁은 아랑곳 않고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녀를 위 아래로 쭉 훑어보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다.'“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안 돼.”'“호박이 줄을 긋든 분칠을 하든 그 쪽이 알 바 아니거든요.”'“주제를 안다니 다행이네.”'“그러니까 일단 이것 좀!”'그 때였다. 수혁의 얼굴이 그녀의 코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수인이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침 삼키는 소리가 좀 크게 난 것 같았다. 수혁이 비웃듯이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 젠장, 수인은 창피함에 눈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질끈 감아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키스를 기다리는 꼴 같아서 그럴 수도 없었다. 힘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 없고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수혁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입술과 입술 사이에 1센티미터의 거리도 남지 않았다. '“……어때.”'“…….”'“지금은 좀 떨려?”'수인은 기가 막혔다. 기가 막히는 동시에 코가 막히고 숨이 막히고 모든 것이 다 막혀 버렸다. 떨리는 것을 떠나서 일단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여기서 숨을 쉬면 참았던 공기들이 모두 파, 하고 튀어 나갈까 봐 입을 벌릴 수가 없었다. 고기와 술을 잔뜩 먹은 채로 입 냄새가 그의 얼굴에 퍼져 오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말을 해도 입 냄새가 나지 않았다. 고기는 한 점도 먹지 않고 술만 먹어서 알코올 냄새가 조금 풍길 뿐이었다. '온 몸을 바르르 떠는 수인을 눈치 챈 그가 조금 더 여유롭고 섹시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제 닿는다. 닿는다……. 머리카락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그 거리에서 그가 멈추었다. 그의 입술이 다시 열렸다. '“나가.”'수인의 눈이 참았던 산소의 양 만큼이나 커졌다.'“……나가라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