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절정 청초 순수 꽃미남이 과하게 섹스발랄한 말괄량이 손아귀에 떨어져버렸다?!''낮에 수면제라도 처방 받아다 놓을걸.'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인터넷 수능 강의들을 건성건성 클릭해대던 우연은 뻐근해진 어깨를 쭉 기지개 폈다. 책장에 달라붙은 채 여러 책들만 뒤적이던 유진이 그녀를 흘끔거렸다. 그도 수면제가 필요하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저번처럼 영화나 틀어주고 난 억지로 잠을 청해 볼까?'그녀는 구석에 박혀 있는 좁은 책상에서 벗어나 한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널따란 책장으로 걸어갔다. 섹스 시한폭탄 유진으로부터 최대한 떨어져서 선 우연은 DVD 케이스들을 재빨리 살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깊은 내부에서 성적 긴장감이 한 겹 한 겹 쌓여가고 있는데, 그가 소심한 헛기침으로 그녀의 시선을 불렀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로 내키지 않는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 지난 한 달 넘도록 해왔던 부자연스런 말붙이기를 시도했다.'“범죄물이나 추리물만 보는 줄 알았는데 이런 책도 봐요?”'그의 손에 ‘토끼 아저씨와 멋진 생일선물’이란 동화책이 들려 있었다.'이 많은 책들 중에 골라도 꼭 자기 같은 것만 골라요.'순수의 결정체를 앞에다 두고 혼자 음탕한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심통이 난 그녀의 입에서 빈정거림이 튀어나갔다.'“그거, 라면 깔개용이에요.”'그녀에게서 꾸준히 당하고 있는 말붙이기 퇴짜에 그가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이건 반칙이야, 반칙! 진짜로 웃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속이 벌렁거리는 게 어딨어! 추잡한 상상이 필요해, 추잡한 상상이…….'다급히 머릿속을 총동원해 보는데, 유진이 티끌 한 점 없이 해맑은 얼굴로 한 번 더 물어왔다.'“우연 씨는 생일이 언제예요?”'그녀의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정작 질문자에겐 흑심이 없는 듯하였으나 대답자에겐 흑심이 넘쳐났으니 평이한 물음으로 들릴 리가 없었다.'주말이건 휴일이건 눈코 뜰 새 없이 일하고 있는 어머니가 경영권 인수를 좀 더 빨리 해낼 수도 있을 터였다. 다 자빠뜨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때마다 우스운 우즈벡 인사말이 떠오른 것뿐이라 박박 우길 수도 있을 터였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텨내면 청초한 유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엔 공공장소가 아닌 둘만의 공간이었다. 불시에 허를 찔려 톡 만개해 버린 열망의 꽃봉오리를 도저히 주워 담을 수가 없는 우연이었다.'더는 못 참아!'그녀는 눈 깜짝할 새에 그에게로 찰싹 달라붙고야 말았다. 매력적인 선으로 저녁 내내 자신을 유혹하던 그의 목에 두 팔을 휘감아 버렸다. 돌연히 변한 그녀의 행동에 그가 눈망울을 활짝 연 채 놀란 숨을 들이켰다.'“무, 무슨…….”'“나 사실 학교도 일찍 안 들어갔고 생일도 진즉에 지났어요.”'그녀는 단숨에 거짓 구실을 털어내고서 탐나는 그의 입술을 온통 덮쳤다. 우연의 기습이 가히 충격적이었는지 유진의 입술이 일시정지 상태가 돼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애태우던 입술에 아주 열심히 부비부비를 해보았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그의 감촉에 그녀의 입술이 다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래저래 획득해온 따분하고 시시했었던 키스 경험들을 깔끔히 상쇄시켜주는 그에게로 우연은 더 깊숙이 다가갔다.'드디어, 살며시 벌어지는 그의 입술 속으로 성급하게 침범해 들어간 그녀의 혀가 유진을 조금 맛볼 수 있었다. 누가 새색시 타입 아니랄까 봐 그의 혀가 애태우듯 찔끔찔끔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더욱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그를 책장으로 밀어붙여 버렸다. 그들 곁의 책들이 우수수 쏟아져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깜짝 놀란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말았다. 혼란이 그득 들어찬 커다란 눈망울이 우연의 것과 부딪쳤다.'“우연 씨, 우선 얘기 좀…….”'얘기는 무슨, 빨리 아저씨 혀나 내놔욧!'“그냥 내 입 속에다 해요, 다 들어줄 테니까.”'그녀는 도로 그의 입술을 가두고서 뜨거운 혀를 마구 찔러 넣었다. 그의 혀가 얘기는커녕 그녀의 것에 옴짝달싹 포위당한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나마 작은 본능이라도 깨어났는지 차렷이던 그의 두 팔이 포근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