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제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부탁해요. 제 짝이 바람을 피우거나 먼저 죽거나 다치는 건 너무 슬프거든요.’'언제 깨질지 모르는 달걀을 쥔 듯, 조심스레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소녀의 모습은 그 어느 때 보다 진지함이 묻어났다. '마치 아주 중요한 기도를 하는 듯, 소녀의 표정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무슨 기도했어?”'“비밀.”'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소녀의 손을 꽉 잡은 소년이 물었다. 평소 같으면 재잘재잘 묻지 않아도 이야기를 할 터인데 오늘은 어쩐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무슨 비밀이야.”'“비밀은 있어야해.”'휙. 소년이 꼭 마주잡고 있는 소녀의 손을 뿌리치듯 놔주었다. 손이 떨어지자 약간의 허전함이 들었지만 소녀는 짐짓 신경 쓰지 않는 듯, 몇 걸음 앞서 걸어갔다.'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앞서 걸어가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만 보다 자신을 부를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소년이 후다닥 뛰어갔다.'“남자친구도 버리고 간다 말이지.”'소녀의 옆에 서자 말자 소년은 볼에 바람을 잔뜩 넣고는 투덜거렸다. '“무슨 기도했는지 말해줘.”'“비밀.”'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걸어가던 소년은 소녀의 손을 붙잡고 발걸음을 멈췄다.'급제동한 자동차처럼 갑자기 걸음이 멈춰 서자 그제야 소녀의 시선이 소년을 향했다. 눈이 마주치자 소년은 소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자신과 똑바로 마주보게 했다. 살짝 느슨하게 감싼 것 같지만 소녀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소년은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에 비례되게 소년의 표정은 진지했다.'“말 안 하면 여기서 확 키스한다!”'“뭐…… 뭘!”'갑작스런 소년의 말에 소녀가 등을 곧추 세웠다. 등골에서 서늘한 바람이 휙 하고 불어 닥치는 것 같았다.'“무슨 기도 했는지 말 안 하면 키스한다고.”'정말 키스라도 할 모양인지 소년이 당당하게 점점 더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점점 더 가까이 밀착 될수록 소녀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얼굴 가득 그대로 묻어났다.'‘아, 맞다. 이 방법뿐이야!’'쪽-'2센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는 소년의 입술에 소녀가 먼저 쪽, 하고 소리를 내며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놀라 손에 힘이 풀린 틈을 타 소녀가 저만치 달아나기 시작했다.'“거기 서!”'“서라면 서는 바보가 어딨어!”'소년이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렸을 때 소녀는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는 중이었다.'아무래도 좋았다. 비록 무슨 기도를 했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소녀가 먼저 해준 뽀뽀에 소년은 입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그 미소 안에는 마치 굉장히 소중한 걸 얻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부질없이 깨어질 기도였다. 그걸 알지 못하는 소녀는 그저 자신의 기도를 하늘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라 믿었다. '푸른 하늘 사이에 먹구름이 드문드문 섞이고 있는 것처럼 소녀의 기도는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