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안는 동안 민우는 참으로 오랜만에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엄마가 아기를 안을 때 그런 기분이 들까?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은비의 체온은 그의 마음속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너무도 지친 자신이 폭신한 침대에 누운 느낌이었다.'서로를 안을 때는 몰랐지만 둘이 떨어지니 오한이 나듯 온몸이 떨려왔다.'“왜 이렇게 떨리지?”'침묵이 두려운지 은비가 팔을 비비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봄이지만 아직 쌀쌀하기는 할 거예요. 내려가죠.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떨고 있기는 민우도 마찬가지라 그의 목소리는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들렸다.'둘은 조심스럽게 어두운 계단을 내려갔다.'“앗!”'다리에 기운이 풀린 은비가 발을 헛디뎠다. 하마터면 계단에서 뒹굴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민우가 와락 그녀의 손을 잡았다.'“조심해요.”'그의 속삭임에 은비는 잠시 멍했지만 살며시 눈을 감았다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좁은 옥상 계단을 서로의 손에 의지한 채 조심스레 내려왔다. 민우는 그 또래와 달리 유난히 거친 그녀의 손에 감정이 봇물처럼 터지고 말았다. 그 감정이 격해짐에 따라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에 힘이 가해졌다. 그런 그의 손길은 서툴었지만, 뜨겁게 은비의 심장 속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은비의 두 눈동자가 어지럽게 떨렸다. 그녀와 그가 계단을 다 내려오고 나서 그들은 아까와 달리 자신들이 뭔가 변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묘한 떨림과 설렘이 교차한 그들 각자의 가슴엔 조그마한 초 하나가 켜져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도 둘은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서로의 심장 울리는 소리는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를 일렁이게 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숨이 막힐 것 같아. 숨 쉬기가 왜 이리 힘들지?’'은비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기다란 봉에 의지하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민우는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손을 뺨에 댄 채 등을 돌렸다.'엘리베이터가 그녀가 내릴 층에 섰다.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은비는 겨우 용기를 내어 아직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는 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그가 살며시 미소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스스로도 어색했던지 두 뺨과 귓불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의 미소에 은비의 심장이 덜컥거렸다. 재혁처럼 잘 웃는 사람이 웃는 모습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을 텐데, 잘 웃지 않는 민우가 그녀를 위해 웃음 짓는 모습은 그녀의 마음을 야릇하게 만들었다. 은비도 그를 위해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그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잘 자요.”'그 말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아쉽게 닫히고 있었다. 닫히는 순간까지 둘은 서로에게 가벼운 손 인사를 했다.'뒤돌아선 은비는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려 손으로 심장 쪽을 가만히 짚었다. 심장은 지금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격하게 뛰고 있었다. 숙소 열쇠를 꽂고 문을 열려던 은비는 가만히 서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작은 소리로 말했다.'“팀장님도……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