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내 인생, 호랑당말코들''1. ''''식당은 점심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귀퉁이에 자리를 잡은 효령은 옷소매에 꽂힌 똑딱핀 3개와 머리 묶는 고무줄을 만지작거렸다. 서빙을 하는 식당 아주머니들이 조리실과 홀을 바쁘게 오갈 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홱홱 돌리며 숨을 죽였다. 어깨너머로 좀 더 길게 내려오는 단정한 생머리가 기대에 찬 몸짓을 따라 가볍게 흔들렸다. 갓 나온 음식이 번번이 다른 테이블로 옮겨질 때마다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복사빛 두 뺨이 뚱하게 부어올랐다. '“배고파.”'“참아. 걸신들린 것도 아닌데 맨날 밥 타령이야.”'경미의 구박에 효령은 동그란 눈을 아래로 내리며 입술을 뚱하게 내밀고 비죽거렸다. 화낸 것 같은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양 볼엔 귀여운 볼우물이 옴폭 파였다. '“허경미. 너처럼 44사이즈 입고 다니는 애들은 내 맘 몰라.”'“허구헌날 먹을 거 타령하는 마음,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얘.” '“흥.” '고소한 밥 냄새가 식당에 퍼지자, 경미는 우아하게 물을 한 모금 삼켰다. 침 넘어가는 것을 가리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편이요 내숭이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효령은 그녀의 내숭을 모르는 척 해줬다. 동갑내기 회사 동료이자 친구사이에 당연한 예의였다.'“그런데 효령이 너, 언제까지 그렇게 입고 다닐 거니?” '“내가 뭐?” '효령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양손에 든 채 자신의 차림새를 살폈다. 3월초, 이른 봄에 걸맞게 골라 입은 노란 색 보트 네크라인의 도톰한 후드 티셔츠와 안에 받쳐 입은 하얀색 면 티셔츠, 물 빠진 낡은 청바지에 아침에 새로 신고 나온 하얀 양말과 편안한 갈색 워커화. 너무 편해보여서 탈이긴 하지만, 옆 자리에 걸쳐둔 짙은 감색의 짧은 바바리코트를 위에 걸치면, 어디를 봐도 그리 빠져 보이는 차림은 아니었다. '“왜, 이상해? 혹시 어디 뭐 묻었어? 때 타 보여? 빨래 잘 했는데.”'경미는 얼굴을 찌푸렸다. '“얘. 효령아. 너 지금 학교 다니는 거 아니라 회사 다니는 거거든?” '효령은 자신의 옷차림과 경미가 입고 있는 분홍색 파스텔 톤의 스커트 정장을 쳐다봤다.'“너야말로 안 불편해? 뭐 하러 맨날 그렇게 입고 다녀?”'“내가 너처럼 직장인이라는 자각이 없는 줄 알아?”'“우리 회사에 복장 규제 없잖아. 아무도 뭐라 안 하는데, 뭐. 그래도, 외부 미팅 있을 땐 나도 너처럼 정장 입고 구두 신어.” '“으이구, 이 기집애야. 정 그러면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다니던가.” '“싫어. 찝찝하단 말이야. 밥 먹을 때도 불편하구. 커피 마실 때도 컵에 뭐 묻으면 싫단 말이야.”'“얘, 얘, 김효령! 너도 이제 직장인이라는 자각 좀 해라. 남의 밥 먹기가 쉬운 줄 알아?”'등까지 길게 기른 생머리, 작고 가냘픈 몸매의 경미는 딱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세상 물정 모르는 친구에 대한 걱정과 야단치고 싶은 마음이 예쁘장한 얼굴에 가득 어렸다. 효령은 아랫입술을 불퉁하게 내밀었다. 나름대로 ‘나 화났어’라는 뜻이었다. 경미는 젓가락을 양손에 들고 친구의 보조개를 콕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