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으, 으음. 하아, 하아…….”'어디선가 들리는 걸쩍지근한 소리에 해소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아무리 이 동네가 닳고 닳았어도, 해지면 가로등도 몇 개 없고, 그나마도 전구가 다 깨져 어둠침침하다 해도 엄연히 사람 사는 동넨데, 골목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해소는 어이가 없어 소리가 나는 진원지를 이 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내 이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 사람들에게 “야, 이 사람들아!! 참, 부럽습니다.”라는 말을 해주려 찾는 건 절대 아니라고, 속으로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으, 아파! 하…….”'해소는 제 눈을 의심했다. 아까도 말했듯, 여기는 사람 사는 동네가 아닌가. 소리를 따라가 본 그 동네의 후미진 골목 구석에는 한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을 보며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이 동네를 주름잡는다던 깡패를 만난 것 같았다. 척 보기에도 있는 집 자식처럼 보이는 모습이 그 불량하신 분들의 표적이 되었으리라. 팔짱을 낀 채 그 사람을 내려다보던 해소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냥 갈 길을 가려했다. 세상만사 혼자 남 신경 안 쓰고 살아가면 편안한 것을……. 지금까지 누구에게 손 벌리는 걸 얼마나 끔찍이 싫어했던가. 하지만 남자의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끝내 그녀의 발걸음을 잡았다.'“아씨! 아저씨, 진짜 운 좋은 줄 알아. 아. 진짜…….”'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인가 보다. 저녁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때 마침 그게 생각날 게 뭐란 말인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심란할 때면 늘 해질 무렵 언덕에 올라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는 붉은 태양의 그림자 속에 서 있곤 했었다. 가끔 심술궂은 검은 구름이 시야를 가리긴 하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맑을 때나 항상 기다려지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오늘도 그 언덕에 서서 태양이 만들어 내는 발그레한 흔적 속에 자신을 놓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 순간을 놓치기라도 할까 급한 마음에 해소는 발길을 돌리려 했다.'“으음, 아파…….하아!”'계속되는 남자의 신음소리에 해소는 움직일 수 없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정말 오늘은 되는 게 없는 날인가 보다.'“이 아저씨야. 아픈 거 알거든. 그런 끈적거리는 신음일랑 좀 참아주라. 에고, 보자. 뼈 부러진 곳은 없는 거 같고, 타박상에……. 으이구, 이 아저씨 순 엄살이네. 이정도로 병원엘 가는 건 사치다, 아저씨.” '쭈그리고 앉아 남자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해소는 혼자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고선 남자를 등에 걸치고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집으로 그를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은 원래 이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나, 자고로 좋은 일을 해야 천당에 간다는 씨도 안 먹힐 소리는 집어치우고. 사실은 이 남자가 돈이 좀 있어 보여 나중에 사례금이나 두둑하게 받아 낼 참이었다.'“정신 놓지 말고, 잠시만 참아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