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허리에 걸쳐진 묵직한 팔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했다. 가느다란 다리는 혁진의 굵은 허벅지 사이에 갇혔고, 그의 탄탄한 가슴근육은 그녀의 좁다란 등에 찰싹 달라붙어 노골적으로 짓누르고 있다. '유미는 그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먼저 팔을 치웠다. 조금의 틈이 생긴다. 겨우 일어나려는데 혁진이 긴 손을 뻗어 그녀의 맨살을 어루만졌다. '“아.”'혹시 깬 것은 아닌가 숨을 죽이고 돌아보니 다행히 그는 눈을 감은 채 고른 숨을 내뱉고 있었다. 유미는 안심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혁진이 반사적인 반응처럼 큼직한 손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시켜 유미의 젖가슴은 물론이고 손이 닿는 곳곳을 만지작거리며 품에서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음.”'유미는 여린 목을 작게 움직여 숨을 참았다. 아침이면 더욱 왕성해지는 그의 욕구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 일어나야 했다. 그녀가 품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꼼지락거리자 뽀얀 가슴을 쥔 그의 손에 좀 더 힘이 들어갔다. 그를 깨우지 않고 조용조용 움직이느라 진땀이 다 난다. '“휴.”'간신히 침대에서 내려오며 유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6시가 다 되어간다. 그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서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7시 20분이면 칼같이 집을 나서는 그이기에 서둘러 아침을 준비해야 했다.'“음…… 왜 일어나?”'침대를 손으로 더듬다 그녀가 만져지지 않자, 눈도 뜨지 않은 채 볼멘소리를 하는 남편의 목소리에는 잠이 그득 들어 있었다. 약간 길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모아 화장대에 있는 머리끈으로 묶은 유미는 얼른 침대에서 거리를 벌렸다.'“더 자요.”'“이리 와.”'시트를 들추며 낮게 명령하는 음성이 유혹적이었다. 그의 따뜻하고 너른 품에 안겨 더 잠을 청하고 싶지만 유미는 욕심을 잠재웠다. 이른 아침에 출근해 점심시간까지 남편을 빈속으로 버텨내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시간 되면 깨울게요.”'“말 안 들어?”'“안 들어요.”'그가 일어날 듯 침대를 손으로 짚자, 그녀가 재빠르게 원피스를 걸치고 침실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결혼을 하고 보름이 지났다. 백화점의 특성상 여유로운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는 못했다. 국내의 대표적인 신혼여행지 제주도에서 2박 3일간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그들은 바로 현실에 놓여졌다.'유미는 주방 불을 켜고 싱크대 서랍 안에서 앞치마를 꺼내 둘렀다. 밑반찬은 시어머니가 가져다주신 것이 있으니 밥과 국만 하면 되는데, 요리솜씨가 서툰 유미에게는 그것을 준비하는 것만 해도 시간이 꽤 걸렸다. 냉장고를 열어 사다 놓은 재료를 살폈다. 두부와 콩나물. '그는 가리는 것 없이 그녀가 주는 대로 잘 먹었다. 맛있다거나 형편없다는 말을 늘어놓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녀가 해주는 음식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밥을 먹은 후, 장난처럼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 행동으로 봐선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된장찌개는 어제 해줬고, 오늘은 뭘 하지? 아, 맞다. 어머니가 사다주신 굴이 있지. 오래두지 말라고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