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이래? 오지 마. 오지 말라고!”'그가 천천히 일어나서 혜인에게 다가갔다. 혜인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한 걸음, 두 걸음. 누구하나 보는 사람이 없는지 혜인의 눈동자가 열심히 사람들을 찾았다. 오, 하느님. 제발 좀 도와주세요! 그는 계속해서 도망치는 혜인을 순식간에 낚아챘다. '“헉!”'“조용히 해.”'그가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알고나 있는 건지 혜인이 시백의 손길에 잔뜩 움츠렸다. 시백은 느긋한 손길로 그녀의 목에 손을 둘렀다. 그리곤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당겨 다시금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갖다 댔다.'“미. 미쳤…….”'“쉿. 보는 눈이 많다. 아무리 내가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날뛸 필요가 있겠느냐.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이렇게 입을 맞춰 줄 것인데.”'“뭐라고?”'“그리고 자꾸 그렇게 말을 잘라먹으면…….”'그의 큰 손이 눈앞에 다가오자 겁을 먹고 질끈 눈을 감았다. ‘딱콩’ 하고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먹인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미래의 서방님께 혼나는 법이야. 그렇지, 색시야?”'세상에나, 날더러 색시라니! 놀란 혜인은 두 눈만 말똥말똥 뜬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시백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조각상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혜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들어 혜인의 입술에 다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지금쯤이면 싫다고 마구 소리를 쳐야 정상인데. 귓불을 깨문 것에 많이 놀란 것인지 영 반응이 없는 혜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시백의 맞부딪힌 입술이 농밀한 움직임을 선사했다. 살짝살짝 입술을 깨물어 보기도 하고 성스럽게 얼굴 주위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아이구, 아씨!”'멀리서 유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혜인이 그를 힘껏 밀쳐냈다. 혜인은 그가 깨물었던 곳을 손으로 가리며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다 뒤돌아서 유모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렸다.'“아씨, 왜 우는 것이 옵니까.”'“으허헝, 이시백이!”'“도련님이 왜요?”'유모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의 등을 다독거리다 고갤 들어 시백을 쳐다봤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유모를 쳐다보는데 유모라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그저 혜인을 달래 주는 수밖에.'“아이고, 아씨. 쇤네한테 말씀을 하셔야 알지요. 도련님! 도련님이 뭘 어떻게 하셨기에 이렇게 아씨가 우신 답니까?”'“당연한 말을 했을 뿐인데 혜인이가 많이 놀란 모양이야.”'“아니,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청혼을 했거든.” '유모도 놀라서 허어억 거렸는데 혜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여인 보기를 돌같이 한다던 이시백이 혜인에게 혼인하자 그러다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을까 싶어 유모는 곧장 혜인의 눈물을 닦아 주며 말했다.'“하도 안 오시기에 다시 나와 봤더니. 청혼 받고 좋아서 우시는 겁니까?”'아니거든요! 어째서 그게 청혼인데? 청혼 같지 않은 청혼 받고 내가 좋아서 울 것 같아? 그건 거의 통보나 마찬가지였다고. 유모는 웬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손사래를 치며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아니야, 아니라고!'급히 설명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아뿔싸, 이시백의 말이 더 빨랐다.'“그러게 말이네. 여인은 사내에게 혼인하잔 말 듣는 게 좋은 모양이더군.”'“야!”'쐐기를 박아 주는 이시백 님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