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선 성함부터 여쭐게요.”'“도운비. 대개는 도깨비라고 부르지.”'운비의 시원스런 대답에 원찬은 싱긋 웃었다. 주변까지 환해지는 듯 매우 훌륭한 미소에 운비는 이제 막 푸른 초원에 꼬물거리며 틔어 오르는 새싹을 연상했다. 그러자 그 새싹이 가슴 한복판에서 움을 틔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기이한 현상이다. 실제 그 파릇한 향내가 코끝에 스치는 것처럼 기분이 이상야릇해진다. 신선하고 상큼한 샐러드를 입안에 가득 넣고 사각거리며 먹는 기분이랄까. '흐음, 풋풋한데. '원찬을 가만히 훑어보는 운비의 눈빛이 점점 생동감 있게 변하면서 씩, 입가가 만족스럽게 말려 올라갔다.'“이건 신상에 관한 건데 대답해 줄 수 있으세요?”'“그럼.”'“실례지만 키가?”'“167cm.”'“오, 그래요? 전 더 큰 줄 알았어요. 170cm도 넘어 보여요.”'의외라는 듯 원찬의 눈이 약간 커지며 목소리는 창공을 나는 비행기처럼 붕 떴다. 그런 모습 또한 확실히 상큼해 보여 운비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런 소리 많이 들어.”'“네. 음, 이건 형식적인 거지만 그래도 대답해 주세요. 무슨 과, 몇 학년이시죠?”'“신문방송학과 2학년. 일 년 쉬었다가 이번에 복학했어.”'“여기서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도 될까요?”'원찬은 짐짓 조심스럽게 물었다. 따사로움이 물씬 풍기는 말투에는 상대방에 대한 정중함이 담겨 있었다. '저런 남자는 평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교육을 잘 받았거나 선천적으로 몸에 밴 유다. 아직도 귀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원찬을 바라보며 운비는 괜한 한숨이 삐져나왔다. 말투만 들어도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었고, 외견상으로 어두운 그늘이라고는 조금도 엿볼 수 없는 남자. 운비의 얼굴 위로 원찬과는 정반대의 어두운 그늘이 급히 머물다 사라졌다. '“대답할 수 있는 건 뭐든.”'운비의 호의적인 대답에 원찬은 내심 안도하는 빛을 띠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1학년 때부터 유명하셨더군요.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원찬은 그 유명한 캠퍼스 전설의 장본인을 직접 만난 것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에게 얽힌 이야기를 선배들에게 들을 때마다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고, ‘도깨비’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화려하고 기이한 운비가 궁금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토록 기대하고 고대하던 운비를 단독으로 만난 것이다. '상상했던 대로다. 한눈에 보기에도 튀는 여자. 유난히 다리가 길고 운동선수처럼 군살이라곤 없이 보기 좋은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를 가진 탓에 상대적으로 키가 커 보이는 장점이 있었다. 특히 하나로 묶은 긴 말총머리가 인상적이었다. 뿐 아니라,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임에도 이목구비가 또렷하여 충분히 아름다운데다 무표정할 때는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눈가로 미소가 담길 때는 언뜻언뜻 장난기 많은 소녀 같은 순수한 면도 숨어 있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건강 미인이었다. 그리고 무척…… 섹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