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한적한 도로로 접어드는 순간 두 대의 경찰차량이 따라오며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운전사가 혀를 차고는 도로가로 차를 가져갔고 차의 속도가 줄어드는 순간 어디선가 남자들이 나타나 차문을 열고 올라탔다.'갑작스런 남자들의 난입에 당황한 운전사가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슬로모션으로 쓰러지는 운전사의 모습을 쳐다보며 아이들은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비명이 난무하는 속에서 남자들이 손에 든 총을 높이 쳐들고 고함을 질렀다.'“조용해. 엎드려.”'손에 들린 총을 확인하는 순간 일제히 입을 다물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재빠르게 의자 밑으로 몸을 숙이는 아이들을 보며 남자들은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일순간에 버스를 탈취한 범인들은 상류층 저명인사들의 자녀들을 태우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속에는 처음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던 아미도 들어 있었다.'그렇게 끌려가던 아미는 빈 공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허술한 감시를 틈타 작은 틈바구니로 자신을 숨겼다. 범인들이 끌고 간 곳은 오래전에 폐쇄된 공장이었던 탓에 작은 아미가 숨을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범인들이 노리고 있던 아이들은 상류층의 자녀들이었던지라, 아미의 탈주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고 넘어갔다. '아미는 벽 사이로 몸을 숨기고 옆에 세워져 있던 낡은 목재로 자신의 옆을 막고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누군가가 구출하기 위해 달려올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아미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자신을 집어넣은 채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그러나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도 자신들을 구출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았고 아미는 추위와 공포에 지쳐가고 있었다.'한밤의 공포에 아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벽 사이를 빠져나온 아미는 어딘지도 모르는 통로를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아직도 범인들은 아미가 빠져나간 것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발걸음을 죽이며 걷던 아미의 귀에 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미의 얼굴에 안도감이 살아났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는 발에는 힘이 실렸다. 소리를 찾아가던 아미의 눈이 삐뚜름하게 닫혀 있는 문이 보였다. 소리는 그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아미의 표정이 밝아지며 발걸음을 움직이려는 순간 안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에 아미의 전신에서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자신들을 구출하려고 온 사람들의 소리가 아니었다. 여자들의 소리와 함께 남학생들의 비명이 뒤범벅이 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뒷걸음을 치며 물러나려했지만, 눈은 조그맣게 벌어진 틈새에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리 어려도 지금 저 안에서의 비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정도의 나이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뒹구는 나신들과 남자들의 흔들림, 아미의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창고 바닥 여기저기에서 친구들이 남자들에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케리는 덩치 큰 남자의 밑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어떤 일을 당했는지 그대로 드러내주듯이 힘을 잃은 눈빛으로 단지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케리의 위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보던 아미의 눈에 경악이 깃들었다. 자신들을 인솔했던 선생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아미는 이미 자신들의 운명을 짐작했다.'‘아미.’'케리의 눈이 아미를 발견하고 크게 벌어지는가 싶더니 작게 입술이 움직였다. 그 와중에서도 도망가라는 말투를 선명하게 보이는 케리를 보면서도 아미는 움직일 수 없었다. 단지 지금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머리에 새기고 있을 뿐이었다.'아미의 눈이 케리의 옆에 있는 물체를 확인하고 일어서 밖으로 달려갔다.'케리의 애인이었던 데이비드의 나신 위로도 남자가 있었다.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남자들의 모습은 짐승 그 자체였다.'그제야 아미가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