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사랑이 이렇게 용감하게 만들다니. 게다가 사람을 유치하고 어리게 만들 수 있다니.'사랑에 관한 정의는 참으로 많았다. 존 레논의 노래 Love 하나만 들어 봐도 사랑의 정의가 참으로 고상하게 나온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똑똑한 유치원생도 쉽게 해석할 수 있는 쉬운 가사로 된 그 노래에 의하면 간단명료하게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그 말들 모두 맞다. 하지만 지금 수지 생각으로는 존 레논이 가장 큰 것 하나를 놓친 것 같다. 사랑을 하면 유치해진다는 거, 그러기에 사랑에 빠진 사람을 한없이 작게도 만들고 어리게도 만들고 없던 용기까지 만들 수 있다는 거.'그래도 그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것조차 좋아죽겠기에 그래서 더 행복하다는 거.'수지는 정훈의 품에 안기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늦게 배운 뭐뭐가 더 하다더니. 둘이 하는 꼴이 딱 그것이었다.'사랑에 취한 남녀는 남의 시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둘은 그냥 이웃사촌이었다. 그런데 사귀자는 말을 하고, 그 말에 동의를 한 순간부터 순식간에 그들은 서로의 사랑 세포를 잠 깨우고 있었다.'이제 노래방의 화려한 조명은 꺼졌다. 방에서 나가야 하는데 둘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정훈은 마지막 피치를 올리기 위해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허리를 안은 손에 힘을 줬다. 떨리는 그의 손길에 수지도 덩달아 전율 같은 짜릿함이 느껴졌다. 이제 누군가는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되는데, 주인이 나가라고 하기 전에 나가야 되는데, 발길이 떼어지지 않았다. 정훈은 어둠 속에서 그녀의 입술을 찾기 위해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다.'“수지 씨.”'“네?”'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수지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제가 지금 뭐 할지 모르시죠?”'“…….”'충분히 짐작 가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아는 척을 할 수 없어 수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제가 지금부터 무엇을 하더라도 일단 용서를 구할게요.”'그 말이 그녀를 더 쑥스럽게 만들었다. 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말았다.'술에 취해 잠결에 했던 그런 입맞춤이 아닌, 정식 그들의 감미로운 입맞춤이 시작되고 있었다. 정훈의 입술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자 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른 수지는 그의 머리에 한 손을 얹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얼굴을 만졌다. 그것이 정훈의 가슴에 불을 댕겼는지 그는 거친 숨을 쉬며 그 다음 단계로 돌입하고 있었다. 이미 둘의 입술은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져 각자의 타액으로 그 열기를 식혀야 했다. 어찌 보면 수지의 정식 첫 키스인데 전혀 초짜 티 내지 않고 성공적으로 잘 치렀다. 둘은 그렇게 길고 긴 입맞춤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누가 보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