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중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볼 사람을 찾는다는군요.”''''“아.”''''태후는 낮게 탄성을 지르며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노신사가 그녀와 이한을 바라보았다. 아니, 이한과 시선이 마주했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노신사가 이한에게 다가와 그를 피아노 앞으로 이끌었다. 주위에 둘러앉은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터져 나오자 이한이 적잖게 당황한 듯 서둘러 그 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태후는 그런 이한의 팔을 날쌔게 붙잡고 노신사와 함께 힘을 합쳐 그를 피아노가 있는 곳으로 홱 밀어버렸다.''''반 강제적으로 피아노 앞에 다가선 이한은 태후를 바라보며 조금 머뭇거리는 가 싶더니 자신의 앞에 위치한 피아노를 바라보며 짧은 생각에 잠겼다.''노신사의 호응으로 다시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들리자 이한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부터 외국인 관객들이 그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띈 붉은 홍조를 보아 그의 외모에 관심이 가는 듯 보였다.''''푸른 잔디밭에 하얀 그랜드피아노와 어우러진 근사한 수트 차림의 동양인 남자.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뛰어난 외모가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딱 이었다. 패션잡지 속 화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광경에 태후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시했다. 이윽고 가볍고 부드러운 피아노의 음과 함께 이한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곧이어 태후를 포함한 관객 모두는 그의 완벽한 연주선곡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연주하기 시작한 곡은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라는 곡이었는데 이는 독일의 혁명 시인인 프라이리그라트의 서정시 <오, 사랑이여> 에 곡을 붙인 것으로, 피아노로 편곡되어 가곡과 함께 유명해진 곡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곡보다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에 가장 잘 어우러지는 선곡이 아닐 수 없었다.''''그의 연주를 듣는 관객들의 눈빛이 갑자기 무언가를 회상하듯 짙고 밝아졌다. 노신사의 푸른 눈동자에 형용할 수 없는 무언의 느낌이 가득했다. 노신사의 주름진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태후는 사랑의 진실을 연주하고 있는 그의 모습과 선율에 감동하였다. 코끝에서부터 짠하고 감격이 밀려왔다. 감미롭던 이한의 피아노 선율이 격정적으로 독일의 하늘에 울려 퍼지면서 그 모든 이에게 말해주고 있었다.''''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할 수 있는 한!''사랑하라, 그대가 사랑하고 싶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