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몸에 달라붙는 회색빛 민소매 티에 흰색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여자가 열심히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있었다. 훅훅, 내뱉어지는 규칙적인 호흡과 이마 위로 땀이 흐르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몸동작이 꽤 운동에 단련된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달리고 난 후, 여자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한 번 닦아내고는 샤워를 하고 갈 준비를 했다. '회장님 호출이 있다는 회장님 비서의 전화에 서둘러 옷을 입었다. 차가워 보이는 외모에 검정색 정장은 그녀를 왠지 범상치 않게 느끼도록 만들었다. 운동을 하고 난 후의 개운함에도 어딘지 모를 짜증 섞임이 얼굴에서 묻어나왔다. 그건 회장님의 호출이 의미하는 바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었다.''“수하야, 어쩔 수 없구나. 그 쪽에서 여자는 싫다고 하니. 그렇지만 거기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네가 실력이 뛰어난 건 안다만.”'회장이라는 명패가 있는 넓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나이가 지긋한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마주 서 있었다. 수하라고 불린 여자는 긴 생머리를 단정하게 하나로 내려 묶고, 검은 바지 정장을 입고 있는 것이 꽤나 경직되어 보였다. 그러나 하얀 피부가 칠흑 같은 머리와 검은 옷으로 더욱 희게 보였고, 흰 얼굴에 유난히 붉은 입술이 도드라져 보여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에도 그녀에게서는 유채색의 느낌이 났다.'“네가 아무리 운동을 했어도 여자 몸으로 경호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걱정이 많구나. 그냥 회사로 들어오려무나. 네 좋은 머리를 그렇게 썩힐 셈이냐?”'며칠째 일신전자 사장의 경호를 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도 자신이 여자인 것을 영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회장님과의 연을 생각해 참는 듯했다. 그것이 며칠 이어지다가 오늘 결국 경호를 맡길 수 없다고 회장님께 전해온 모양이다. 경호를 하는 동안 실수한 일도 없고, 큰 위험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을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