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MC의 Rookie ''''''“이번 주치의 제도는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요. 환자들의 마음뿐 아니라 신체건강도 중요하니까요.”'찻잔을 내린 주름진 손이 다소곳이 무릎에 포개어졌다. 그녀는 왼손에 민무늬 반지를 끼고 있었다. 반지는 요사스런 치장으로 몸을 장식한 보석 따위는 박히지 않은 평범한 민무늬였다. '“허허, 내 당신이 환자들 걱정하는 마음 씀이 유별나다는 것쯤 알고 있지. 난 아직도 주치의 제도가 크게 내키진 않지만, 정심심 박사님의 고집을 어찌 꺾을 수가 있겠나. 이번 기회에 3병동은 별개의 이름을 지어줬으면 해. 난 당신 이름을 넣었으면 하는데, 생각이 어떠신가?” '반지를 만지작대던 심심의 손이 다시 찻잔을 들었다.'“당신 유머는 세월이 지나도 녹이 슬지 않으시네요. 제 이름을 넣어서 절더러 허세를 부리라고요?”'“허허허, 그렇게 되나? 어차피 3병동은 당신이 맡아왔으니, 부속이라는 개념보단 당신 이름을 타이틀로 내거는 것도 나쁘진 않지.”'다기(茶器)를 내리던 정 원장의 손이 테이블 위에 놓인 바둑판을 가로질렀다. 흑을 내려놓았던 그의 손은 다시금 백을 집어 들었다. 바둑알을 쥐고 바둑판을 응시하던 정 원장이 넌지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당신, 공사현장에 자주 가는 것 같던데,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닌가?”'“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니 직접 보고 꼼꼼히 살펴야지요.”'“흐음, 당신의 별난 참견 때문에 수가 불만이 많은 모양이야. 치료실 환경조건 외에도 샤워시설은 물론이거니와 6인 병실에까지 불만을 토로했다지?” '정 원장의 말에 내내 평안한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는 입가에 나쁘지 않은 미소를 그으며 말했다.'“마음이 아파서 찾는 사람들의 공간이에요. 심리치료실 환경은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공동 화장실 외에도 병실 내에 위생시설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단지 특실 환자와 다인실 입원 환자에 차별을 두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예전부터 꼭 개선하고 싶던 부분이었죠. 그런데, 수가 그런 말까지 하던가요?”'정 원장은 건축설계사인 맏아들 수에게 3병동의 부분 리모델링을 맡겼었다.'장남인 수는 의사인 정 원장 부부와는 달리 건축 설계사였다. 가업이라 말할 수 있는 의사를 대신해 건축 설계사의 길을 선택했던 수는 업계에서 그 명성뿐 아니라 실력 또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심심에게서만은 이런저런 트집을 피해가지 못했다. 처음 의도는 낡은 3동 건물의 부분적인 리모델링이었으나, 심심이 맏아들 수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아예 전체적인 리모델링과 다를 바 없었다. 건물 내는 물론이거니와, 3동의 입구와 울타리, 심지어 주차장 안내원의 휴게실까지. 사사건건 참견하는 심심의 유별에, 수는 3동 설계를 맡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여러모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2. 어느 날 (호기심 好奇心) ''3. 처음 널 본 순간 (관심 關心) ''4. 내 영혼은 (지심 知心) ''5. 너에게 (질투심 嫉妬心) ''6. 빠져들었다. (의심 疑心)''7. 너를 향한 (욕심 慾心)''8. 집념, 그것은 (증오심 憎惡心)''9. 사랑인 걸까. (애심 愛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