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파야국 천락(天洛) 25년.'현(炫) 황제가 검단성에서 반나절 떨어진 황제의 별궁으로 관주를 불러들인 것은 반파야국의 바다를 오가는 배들을 노략질하는 화족들을 토벌하기 위한 전투가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던 여름이었다.'황제의 휴양궁인 여름 별궁의 화려한 알현실에서 관주는 황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황제가 호위무사도 없이 홀로 들어왔다. 황제의 얼굴은 노쇠해 보이기까지 했지만 그러나 그 눈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이리 가까이 오게.”'관주는 긴장한 채 황제의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황제는 한참을 관주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그대의 가문은 어떻게 되나?”'관주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금(今)씨 가문의 금관주라 하옵나이다.”'“금씨 가문이라…….”'“…….”'“금씨 가문은 말이야.”'“…….”'“반파야국의 명문 가문 중 명문이지.”'황제의 말대로 금씨 가문은 명문 중 명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이었다. 관주의 할아버지 대에서 금씨 가문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나라에 이렇다 할 공을 세운 이가 수십 년 동안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금씨 가문의 금관주라…….”'“…….”'“금관주!”'“예, 폐하!”'“그대는 좋은 가문과 좋은 이름을 가졌군.”'“황공하옵나이다.”'관주는 조금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황제의 칭찬에 답했다.'“나이는 몇 살인가?”'“열여덟이옵니다, 폐하.”'“열여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