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찾았습니다. 기자회견 원래대로 진행하십시오.”'알아듣지 못할 말만을 해대더니 통화를 끝낸 그는 더욱 급하게 그녀를 끌고 호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명랑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잡힌 손을 비틀며 발을 뻗어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를 겨냥한 다리는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대신…….'“황당하군. 지금 뭐하는 거지?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꽃 분홍팬티를 보여주고 싶었나?” '꼬, 꽃 분홍팬티! 그제야 치마를 입은 자신을 기억했고, 보란 듯 다리를 벌려댔다는 것도 기억했다. 귀까지 빨개진 그녀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그녀를 끌어당겨 엘리베이터에 밀어 넣었다.'“이제와 이런 식의 시간낭비는 서로 하지 말도록 하지. 어차피 다 끝난 이야기 아닌가?”'“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무슨 소린지는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괜한 고집피우지 말고 조용히 끝내자.”'“끝내? 뭘 끝내?”'명랑은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고, 그는 더 이상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는 별의별 생각들이 다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정작 왜 이런 상황에 자신이 있는 것인지 영문을 몰라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올라가고, 그녀는 그를 다시 노려보았다. '여기는 호텔이고, 이 자는 아무래도 오늘 만나기로 한 맞선남인 것이 분명한데 위층으로 자신을 끌고 가는 것이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역시 변태새끼였어. 이 자식을 어쩐담?’'혼자 상대하기에는 만만한 놈이 아니었다. 특히나 오늘 그녀의 옷 때문에 더욱 쉽지가 않았다. '‘한방이다. 이놈을 작살낼 방법은 한방…….’'그녀는 생각을 정리하며 심호흡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리베이터가 멈춤과 동시에 한방에 쓰러뜨리는 것이다. 그 마음으로 자세까지 고쳐 잡고 있었다. '띵.'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명랑은 동시에 남자의 얼굴로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런데 눈치 빠른 이놈이 상체를 뒤로 젖히는 바람에 그녀의 몸은 균형을 잃고 그의 앞으로 넘어지고 있었다. '“어, 어!”'그런 그녀를 남자는 가볍게 팔 안으로 안아들며 품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졸지에 그자의 가슴팍으로 안긴 명랑은 뻣뻣하게 굳어 두 눈만 깜박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그는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의 서비스로 되겠어?”'그는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렸고 사방으로 요란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인터넷과 몇 개의 신문에는 대문 짝 만하게 두 사람의 키스하는 장면이 실렸다. 거기다 그 위로 선명하게 적힌 글귀들이 있었다.'[영화배우 최강후, 흑룡가의 딸과 결혼하다.]'[흑룡그룹과, 백룡그룹. 경쟁자에서 사돈으로…….]'[사업을 위한 매개체이냐, 진정한 사랑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