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여자고등학교 3학년 7반 교실.'한결같이 하얀색의 반팔 블라우스에 남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삼십여 명의 여학생들의 시선은, 교단 위에서 종례를 하고 있는 담임에게 가 있었다.'“이번 주말에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담임의 물음에 학생들이 입을 맞춘 듯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우리는 고3이다!”'하늘거리는 핑크색 시폰원피스를 입은 30대 후반의 여교사는 아이들의 대답에 만족한 듯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그래. 잊지 말자, 우리가 고3이라는 거. 그런 의미에서 급훈 삼창!”'“일 년 폐인 평생 공주! 일 년 폐인 평생 공주! 일 년 폐인 평생 공주!”'악을 쓰듯 급훈을 외쳐대는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교사는 교탁 위에 있는 출석부와 교사 수첩을 집어 들었다.'“교과서를 사랑하고 문제집을 사랑하는 주말이 되길 바란다.” '담임의 말에 교실 군데군데서 아이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담임은 한숨 소리의 주인공들을 웃는 얼굴로 바라보다 창가 끝자리에 앉은 반장의 이름을 불렀다.'“자, 인사하자. 반장!”'담임의 호명에 반장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차렷! ……경례!”'“감사합니다.”'반 아이들의 인사를 받은 담임이 교실 문을 열고 나가기가 무섭게 지은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여학생 하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학생의 하얀 블라우스 위에는 ‘채다희’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얘들아, 나 먼저 간다. 안녕!”'다희는 뭐가 그리 급한지 가방을 메지도 못하고 손에 든 채 쏜살같이 교실을 빠져나갔다.'“다희야! 채다…….”'뛰어나가는 다희의 이름을 그녀의 짝, 연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지만, 다희는 이미 교실 문 밖으로 사라진 뒤였다.'“뭐다냐?”'연서는 다희가 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글쎄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