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인 오베츠니 둠(Obecni Dum)의 스메타나 홀 앞에는 국제적인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의 개막을 알리는 연주를 듣기 위해 한껏 치장한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중세의 고풍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물들과 싱그러운 봄바람, 축제의 흥겨움이 어우러져 기분이 한껏 고조된 사람들. 하지만 잔뜩 들뜬 사람들 가운데 유독 한 사람만이 얼굴 가득 울상을 짓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26년 만에 처음으로 해 보는 해외여행에서 일행을 잃어버린 수인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잔뜩 찡그린 이마에는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아기처럼 잡티 하나 없는 얼굴에는 낯선 도시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 '“인옥아!”'애처롭게 주위를 둘러보던 수인은 큰 소리로 인옥을 불렀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뿐이었다.'“흑.”'까만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고 애써 악물고 있는 입술 사이로 ‘끼익끼익’ 울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국제미아가 되는구나.’하고 생각되자 수인의 손에 들려 있는 여행자 지도 위로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이틀 전, 수인은 부푼 기대를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수인과 그녀의 가장 절친한 친구인 인옥과의 배낭여행. 수인과 인옥은 3년 전부터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금까지 들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벼르고 별렀던 여행. 아무것도 문제 될 것이 없는 그런 여행이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수인은 축제의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인옥의 뒷모습을 놓치고 말았다.'“어떻게 해. 어떡해.”'현금이며 여권, 게다가 호텔 전화번호가 들어 있는 가방은 모두 꼼꼼한 인옥이 챙기고 있었다. 수인의 수중에 있는 것이라곤 고작 손에 들고 있는 여행자 지도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1달러짜리 지폐 몇 장뿐이었다. '“인옥아. 인옥아……흐윽.”'결국 수인은 엄마 잃어버린 세 살배기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광장을 이리저리 헤매기 시작했다. 얼마나 광장을 헤매고 다녔을까? 낯선 곳에 혼자 떨어졌다는 두려움과 설움으로 점점 지쳐가는 그녀의 곁으로 검은 그림자가 불쑥 다가왔다.'“May I help you?”'유난히 큰 키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파란 눈동자의 남자는 입가에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수인에게 다가왔다.'“그,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