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군.”'윤후는 마치 그녀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던 사람처럼 태연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정확히 3년 만에 그와 다시 마주 선 것이다. 그런데 그 긴 시간이 그에게는 그다지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하긴 어떤 순간에도 사소한 감정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람이니까. '그녀의 기억에서보다 훨씬 더 강인해 보이는, 조금 더 도발적인 단어를 선택한다면 오늘의 그는 3년 전의 풋풋하고 혈기 왕성한 남성미가 아니라 완전한 남자로서의 성적 매력까지 물씬 풍기는 자극적일만큼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을 부드럽게 휘감고 있는 어두운 그레이 슈트 또한 이제는 그가 모든 것을 가진 진정한 남자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 같았다. 그리고 당시에는 이마와 목덜미를 살짝 덮는 길이로 손질했었던 머리를 짧고 단정하게 다듬어 남자답고 강인한 얼굴 윤곽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인지 그녀는 자신이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 버린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왜, 여기에 있는 거죠?”'도혜는 혀로 입천장을 몇 번 비비적거리다가 간신히 마른침을 삼킨 뒤 힘겹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살짝 어깨를 으쓱해 보였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그럼 조 사장님은요? 어디에 계신 거죠?”'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분명 비서가 그녀에게 들어가도 좋다고 말해 주었었다. 그렇다면 조 사장이 자리에 있다는 뜻이었을 텐데…….'“혹시 조 사장님을 기다리는 중이셨다면, 제가 다녀갔다고 좀 전해 주시겠어요?”'당장 사무실을 뛰쳐나가 비서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싶었지만 윤후 앞에서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도혜는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그에게 말했다. '“조 사장님이라면 조만석 사장님을 묻는 거겠지?”도혜는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그분이라면 평소 낚시를 무척 즐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 한적한 호숫가에서 느긋하게 낚시를 하고 계시지 않을까?”'확신에 찬 그의 추측이 그녀의 동그란 눈을 더욱 동그래지게 만들었다. '“그럼 강윤후 씨는 왜 이곳에 있는 거죠?”'“왜?”그 순간 한쪽 입술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그의 표정은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을 오히려 재미있게 여겨진다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