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야!]'[음......]'[어서 일어나. 야! 박매리!]'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매리는 눈을 뜨고 싶었지만 누군가 안구를 손으로 짓누르는 기분에 쉽게 떠지지 않았다.'[정신이 드시면 눈 좀 떠 보세요.]'근사한 바리톤의 음성이 들리자마자 매리의 눈이 번쩍 떠졌다.'[으이구, 못살아.]'[이모?]'매리는 제일 먼저 자신의 얼굴 위로 그림자를 만들고 있는 수미이모를 발견했다.'[내가 보여?]'[당연하지. 그런데 여기가 어디야?]'[병원입니다. 기억나세요? 혹시 아픈 곳은 없나요?]'[병원이요?]'매리는 자신을 근사한 음성으로 불렀던 사람이 다름 아닌 의사라는 것을 알자 실망감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옆에 서 있던 수미는 천장을 보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내가 왜 이곳에 있지?]'[길을 건너다가 차에 부딪쳤잖아, 기억 안 나?]'[아차. 그랬지. 하하. 내가 차에 부딪쳤다. 이제 생각나.]'매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지각을 면하기 위해 뛰어갔었다.'[아차! 학교 가야 하는데......]'[전화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 아무데도 아프지 않아?]'[물론이지. 말짱해. 머리가 좀 울리기는 하는데 누워 있으면 괜찮겠지. 아마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나봐?]'매리가 명랑하게 대답하자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별 다른 이상은 없어 보이네요. 검사 결과가 나와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그럼 집에 가도 되나요?]'[결과 나오면 가셔도 됩니다. 그럼 저는 이만.]'의사는 다른 환자들을 보기 위해 일어났고 뒤에 서 있던 간호사도 차트를 들고 따라갔다. 수미는 매리가 의사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자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너 잘생긴 남자 밝히는 건 잘 알겠는데 지금은 정신 좀 차리라고 말하고 싶구나. 다친 곳은 많지 않아. 무릎만 좀 까지고 말았는데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기 전에 네 몸이 먼저 바닥에 닿았나봐. 하필 허벅지 살갗이 벗겨져서 저 의사가 네 치마 들추고 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