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그 방식 또한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갖고 나름대로의 자신만만한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하 선생!”'저 인간 또 시작이다. 툭하면 잔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내 귀가 분명 10년 이상 늙어 버렸을 것이다. 나를 부르며 복도를 질주하는 교감을 쳐다봤다. 또 잔소리하기만 해 봐라.'“헉헉! 아이고 진짜 사람 죽겠네. 그건 그렇고 지금 만나는 사람 있어?”'“만나는 사람이요?”'만나는 사람이라……. 그건 어떤 뜻을 두고 하는 말일까. 애인이라면 없지만 결혼할 상대들은 두루두루 만나고 있다. 내 휴대폰의 ‘일 순위들’로 저장된 13명의 이름 목록을 떠올리며 교감을 쳐다봤다.'“혹시 한유중 한의사 알아? 왜 그 ‘건강美人’이라는 프로그램 있잖아 왜.”'“아, 네 알 것 같아요.”'왜! 그 멋진 외모의 소유자를 왜? '“내 친구 아들이 유중인데……. 그때 우리 학교 선생님들끼리 등산 갔을 때 기억나지? 내가 거기 올라가다가 유중이 그놈을 만났거든? 그런데 아, 글쎄 하 선생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나 뭐라나. 어때 생각 있어?”'“저요?”'웁스!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아! 나는 재빨리 이 헤벌쭉 표정을 감추기 위해 얼굴에 힘을 줬다.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안면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쉽게 허락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잘난 놈일수록 애가 타게 만들어야 한다. 반한 건 그쪽이다. 그러니까 나는 잠시 고민도 해 주고 뜸도 들여 줘야 제 맛이 난다. '“전…….”'고개를 살짝 돌리며 망설이는 기색을 내비치자 교감의 얼굴에 그대로 난색이 드러났다.'“하 선생. 내가 이런 부탁까지 하는 건 우습지만 말이네. 그놈 고집이 보통이 아니거든. 꼭 만나야 한다고 그 새벽에 나를 찾아왔더라니까?”'“어머…….”'생각보다 한유중 ‘한의사’는 꽤나 적극적이고 저돌적인 남자인 모양이었다.'“그 녀석이 하 선생만큼 청순하고 예쁜 여자를 못 봤다나?”'걸려들었어! 나는 애써 웃음을 감추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 학부모 참관수업이 있어서요. 그거 준비하려면…….”'“그건 걱정하지 말게! 내가 다른 선생님한테 말해 볼 테니까.”'“그렇지만 전 그런 자리도 나가 본 적이 없어서요. 괜한 실수라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