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초원 사이를 바람처럼 뛰어다니던 한 소녀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털썩 잔디 위에 주저앉았다. 갑작스레 울상을 지으며 주저앉는 소녀 때문에 놀란 요정들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소녀의 주위를 맴돌며 종알거렸다.'“왜 그래, 에르만?”'“기분이 안 좋니?”'“바람이 너에게 뭐라고 해?”'양 어깨와 머리 위에서 춤을 추듯 날아다니며 자신의 기분을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요정들에게 고개를 가로저은 에르만은 등 뒤를 가리키며 슬프게 말했다.'“아직도 난 날개가 없어. 내 친구들은 다 날개가 돋아났는데……. 나만 계속 이러고 있어.”'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등을 어루만진 에르만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봐, 아직까지 날개가 돋아날 생각을 안 해.”'“아직 에르만이 어려서 그래.”'“난 어리지 않아.”'“훗, 우리가 보기엔 아직 어려, 에르만.”'토닥토닥 작은 날개와 작은 손으로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손길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쉬이 슬픈 마음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연!”'“왜, 에르만?”'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며 손바닥 위로 내려앉는 연을 맑은 눈동자로 쳐다보며 물었다.'“연은 좋겠다.”'“내가 왜 좋아?”'“연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 요정들 중에서 가장 능력이 뛰어나단 거 나도 알고 있어.”'뿌루퉁한 얼굴로 말하는 에르만이 너무 귀여워 연의 입가가 나른하게 늘어지고 말았다.'“훗, 너무 귀여워, 에르만.”'“쳇!”'“시간이 지나면 에르만도 라젠드님처럼 라파엘님처럼 강한 힘을 가질 거야.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하지만 친구들이 놀린단 말이야.”'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놀린다고 외치는 에르만 때문에 풍장과 덴까지도 빙그레 웃고 말았다.'“올해로 열 살밖에 되지 않았어, 에르만.”'연이 부드러움을 가졌다면 덴은 무뚝뚝함을 가진 요정이었다. 인간을 돌보기 위해서 바쁜 라파엘과 공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라젠드.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에르만이었지만,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 받지 못한 채 자란 에르만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한없이 부드러움을 내보이며 안아주는 연에게 에르만은 어리광을 한없이 부렸고, 그런 에르만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는 연과는 달리 옆에서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덴이기도 했다.'“이렇게 힘을 쓸 수 있는데…….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