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 '''''Tape A''은욱은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잠이 깼다. 익숙하지 않은 시트 냄새가 났다. 희미하게 보이는 천장이 낯설었다. 여긴 어디일까?'간밤에 술을 너무 마셨다. 바로 옆 낯선 협탁 위에 시계가 보였다. 오전 10시 49분. 보기 좋게 숫자가 큰 디지털 시계였다. 일요일이니까 회사는 쉰다는 게 생각났다. 머리는 쿵쾅댔고 목도 말랐다. 그러나 일어나서 물을 찾을 만큼의 기운이 없었기에 그냥 낯선 냄새가 나는 이불에 머리를 들이미는데…….'등 쪽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의식하고 보니 허리 쪽에도 뭔가 묵직한 게 올려져 있는 느낌이다. 혼자가 아니었나?'숨을 죽이고 의식을 뒤 쪽에 집중하니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허리에 있는 묵직한 걸 밀어버리며 벌떡 일어났다. 남자였다. 벌거벗은 잘생긴 남자였다.'잘생겼다는 건 차치하더라도, 왜 남자가 옆에서 벗은 채로 자고 있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자신의 몸에도 걸친 게 없다. '‘이건, 이건……!’'은욱은 이불을 부여잡고 나오려는 비명을 막았다.'남자는 밀쳐진 팔로 가슴팍을 북북 긁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려 코를 곤다. 옆모습도 무진장 잘생긴 남자였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부스스 했는데 어떻게 보니 정우성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평생에 이런 남자와 손 한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이 지나쳐 사고까지 친 모양이다. 이건 과연 행운인건가, 인생 최대의 사고인 것인가. 은욱은 잠시 머리를 끌어안고 생각에 빠졌다.'생각해내자. 생각해내야만 한다. 어젯밤에 과연 무슨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생각해내야 한다. 그러나 떠오르는 건 없었다. 괜히 머리만 더 아팠다. 기억을 더듬었다.'처음에 친구와 삼겹살에 소주를 2병 마시고, 자리를 옮겨 괜찮은 바에서 조그만 병맥주를 마셨다. 아마 둘이서 10병은 마셨지 싶다. 8병까지는 기억이 그럭저럭 난다. 그러고서 친구의 남자 동기가 와서 다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드문드문 포장마차가 생각나고 소주잔에 당근을 담가서 그대로 마셨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지만 어떻게 이다지도 잘생긴 남자와 침대에서 뒹굴게 되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1.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2. 제로 퍼센트를 향하여''3. 조금씩 조금씩''4. 하늘에선 비가 내린다''5. 언제부터, 언제까지''6. 피에로는 나를 보고 웃지''7. 사랑합니다''8. 파랑주의보''9. 책임져''10. 단 한마디가 필요해''11. 너는 서에서 동으로, 나는 동에서 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