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설마 등산하자고 여기에 온건 아니지?”''새지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러나 지헌은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며 그녀를 조용히 잡아끌었다. 산에 나있는 길을 따라 얼마 들어가지 않아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묘 두개가 보였다. 사람 손에 의해 잡초가 제거 되었는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산소 자체는 깨끗했다. 하지만 산소 주위에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액자들이 그녀에게 ‘이게 뭐야?’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주위에 놓여있는 액자들은 전부 상장과, 성적표들이었다. 새지는 액자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액자 안의 상장과 성적표에는 전부 ‘김지헌’이라고 이름이 씌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헌이 것이 틀림없었다.''“아줌마! 인사해. 우리 엄마랑 아빠야!”''새지는 지헌의 즐거운 말투에 액자를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다가가 섰다. 당황스러웠다. 여기에 오는 줄 알았더라면 과일이나 꽃이나 사들고 왔었을 것을.''“여, 여기에 오는 줄 알았으면 과일이라도 사왔잖아.”''“괜찮아! 어차피 내 뱃속으로 들어가는데 뭘…….”''“그, 그래도”''“엄마! 아빠! 여기는 음……, 여기는…… 아줌마야.”''밝게 주절거리는 지헌의 목소리가 산소 가득 울려 퍼졌다. 새지는 자신을 왜 여기로 데려온 일까? 하는 의문은 갖지 않았다. 그냥, 혼자 쓸쓸히 찾아오는 게 싫어서 자신을 데려왔거니 할 뿐이었다.''“나 이제 이 아줌마가 하는 카페에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른다? 하핫. 엄마랑 아빠 아들. 이러다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남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지헌의 신난 재잘거림에 새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내보였다. 그래도 매일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울 줄 알았는데 여느 때처럼 밝은 모습으로 재잘거리는 게 대견했다.''“참! 이건 아줌마랑 찍은 사진.”''지헌이 바지 주머니에서 뒤적이더니 아까 찍은 사진을 꺼내 스티커라벨을 떼어내 묘비에 척 하고 붙였다.''“거, 거기에 붙여도 되는 거야?”''허둥지둥한 새지의 말에 지헌이가 ‘이게 왜 어때서?’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새지는 그런 지헌의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피식 웃고야 말았다.''‘그래도…… 예상외로 많은 상장들과 잘 받은 성적표를 보아하니 학교에선 말썽만 부리는 아이가 아닌 것 같아. 첫인상과 하는 행동들 그리고 외모를 보면 애정문제에만 힘쓸 것처럼 보이는 아이였지만. 어쩌면 난 이 녀석에 대해 아주 큰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