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고급세단은 인적이 드믄 시골길로 들어서더니, 어느덧 한 과수원 근처에 차를 세웠다.' “아버지! 여기가 어디에요?”'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던 진하는 자신의 아버지가 이곳에 왜 오셨는지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음! 이 아버지가 엄마를 얻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실수하나를 했단다. 저기 과수원에 사는 친구한테……. 한때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었지.”' 아버지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과수원을 쳐다보는 11살의 진하는 지금 아버지의 말이 잘 이해가 안 갔다.' “저 과수원에 아버지 친구가 사신다는 건가요?”' 언덕 밑으로는 꽤 큰 과수원과 한 채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 “그런데 왜 여기서 보고만 있어요?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를 빌고 풀어야죠.”' “너무나 큰 잘못이어서 저 친구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 같구나.”' 말없이 과수원을 내려다보고 있는 지금의 아버지 모습은 진하가 평소에 알고 있던 위엄 있고 언제나 당당한 모습만 보이던 그 아버지가 아니었다. 죄책감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시는 모습이 어린 진하의 눈에도 아파보이셨다. ' “…….”' 바스락! 바스락!' 두 남자는 뒤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자 뒤를 돌아보았다.' 웬 꼬마 여자아이가 그들의 차를 만지며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빵빵이다! 아저씨 빵빵이에요?”' “그래. 근데 꼬마 아가씨는 왜 혼자 여기 있니?”' 진수는 근처에 집들도 없는 외진 곳에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 온 것이 걱정이 되었다.' “꼬마 아니야! 윤가연이야!”' 4살가량으로 보이는 꼬마는 제법 똘똘해 보였다.' “부모님하고 같이 안 왔니?”' “저기가 우리 집인데…….”' 꼬마가 가리킨 곳은 석현의 과수원이었다.' 순간 진수의 눈은 꼬마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 “꼬마 네가 석현이 그 친구의 딸이었구나.”' 자신의 아들 옆에 서 있는 가연을 보며 진수는 생각했다.' ‘그 일만 없었으면 이 두 아이들은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사이였을 텐데…….’ ' 진하는 처음 보는 저 네 살 박이 꼬마가 귀여웠다. 위로 형들만 있어서 인지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항상 바랐었다. ' “꼬맹이! 이 오빠랑 같이 놀래?”' “윤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