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웅이 차희를 처리한 후 택시를 타고 목장으로 돌아왔을 때 기이하고도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에게 불길한 기분을 들게 한 것은 바로 상하의 외침 때문이었다. 위치는 자신과 파연이 함께 사용하는 숙소였다. 상하의 득의양양한 외침은 점점 더 커져서 목장이 들썩이도록 울려댔다.'직감적으로 파연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느꼈다. 물에 조금 젖은 상하가 서 있는 위치가 욕실 환기창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골치가 아팠고 화가 났다. 칠칠치 못한 파연에게도 부아가 치밀었고, 파연과 늘 붙어 다니며 자신의 속을 긁던 상하에게도 성질이 일어났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성미를 자극하였다.'목장 식구들이 먹잇감을 발견한 늑대 무리처럼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그게 뭔 소리야? 악마사장이 스스로의 규칙을 깨고 목장에 여자를 끌어들였다고?”'그 역시 위기를 느낀 순간부터 이미 달리고 있었고, 먼저 뛰어들기 시작한 목장 식구들을 제치고 먼저 도착하여서 상하가 허공에 대고 마구 휘젓던 핸드폰을 가로챘다.'“어?”'느닷없이 달려든 그에게 핸드폰을 빼앗기자 상하가 순간적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당황한 기색으로 달려들어서 핸드폰을 되찾으려 하였다. 설웅은 그런 상하에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화가 난 정도를 넘기고 있었다.'“방금 뭐라고 했지?”'자신의 입에서 나간 목소리는 의외로 평이했다. 의도적으로 화를 억눌러 참아야 할 때 나오는 습성이었고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서 상대방의 숨통을 물어뜯어서 굴복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오랜 세월 동안 함께해 온 상하가 그의 그런 위험한 기색을 감지하였는지 신음을 흘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하는 퍼뜩 마음을 다잡으며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소리쳤다.'“거기 증거샷이 있다니까요! 제 핸드폰 비밀번호 입력해야 하니까 사장님은 이번엔 절대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니까요! 에헤!”'어느새 기세를 완전히 회복한 상하가 득의만만하게 깐죽거렸다. 상하는 목장 식구들을 휘둘러보면서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 목장 식구들은 그런 상하를 향해 연호하였다.'“상하야! 잘했다.”'“오호! 짜식 제대로 한 건 올렸구나!”'숙소 끝 벽에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댄 강 상무는 그 속에 끼어들지 않고 있었지만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서 뭔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