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나뭇잎 소리와 향긋한 꽃향기가 마주잡은 제후와 윤아를 에워 감쌌다. 눈을 감고 향긋한 나뭇잎 향과 꽃향기를 음미하는 윤아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제후가 입을 열었다. '“어때, 좋니?”'“응. 너 따라 여기 오기를 참 잘했어. 다음에도 또 오자.”'어느새 고개를 내리고 자신을 향해 빙그레 웃는 윤아를 바라보던 제후는 윤아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입술을 내밀었다.'“고등학생이 여행이 웬 말이냐면서 윽박지르던 사람이 누구더라?”'“씨이. 그냥 좀 넘어가지. 꼭 토를 달아요. 그래, 네 말이 옳았다. 됐니? 됐어?”'“후후후. 삐졌어?”'“아니. 화났어!”'“뭐야? 그게 그거네.”'“뭐가 그게 그거야. 삐진 거는 금방 풀어질 수 있는 거지만 화난 거는 오래 가거든!”'“정말이야? 어후. 그거 안 되는데. 그나저나 앞으로 삐순이가 화순이로 바뀌는 건가?”'“야아!”'“풋, 미안.”'귀엽게 노려보는 윤아를 향해 제후는 또다시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담이었다. 쿡!”'“너, 정말. 자꾸만 놀릴 거야? 씨이, 나 갈래.”'“어후, 야야야. 미안. 내가 잘못했다.”'뾰로통해 있는 윤아를 간신히 달래며 그렇게 즐거운 오후의 시간을 보내던 제후와 윤아는 언덕 위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나뭇잎이 무성한 큰 나무 앞에 섰다. 제후와 윤아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그 나무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 위상을 떨치고도 남을 만큼 웅장했다. 비록 주위에 있는 나무들과는 달리 화려한 옷을 입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을 오로지 이곳에서 모진 풍파를 거치고 서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와아. 정말 크다. 이 나무 도대체 몇 년이나 됐을까?”'윤아는 어마어마한 나무 두께에 팔을 두르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제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 말로는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있었다는데…… 글쎄? 아버지도 정확하게는 모르시는 거 같더라고.”'“으음. 아무튼 대단하다. ……으음. 내 생각엔 말이야. 족히 100년은 넘은 것 같지 않니?”'“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