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야, 선우하고 싸웠어?”'“헤어지재요.” '“장난하지 마. 장난하는 거면 나 정말 너 안 볼 거야.” '“오랫동안 사랑했대요. 그냥 마음에 품은 채 살려고 했는데, 절 봐서라도 그러려고 애 썼는데 마음이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래요. 이젠 놓치고 싶지 않대요. 포기할 생각도 없대요. 저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여자 없으면 자기가 못 산대요. 그러고 나서는 먼저 일어서서 가 버렸어요.” '''뭐? 김선우에게 오랫동안 사랑했던 여자가 있다고? 허허, 기가 막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인간이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없으면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여자가 있단 말이지? 지금 이 순간 가장 배신감을 느낀 것은 영주이겠지만 그건 제인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았다. 제인은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을 솟구쳐 올라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는 기분이 들었다.''''''“좋은 여자니?”'선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좋은 여자야. 내 남은 인생을 다 걸어도 후회 없을 만큼 사랑하는 여자야. 내가 나쁜 놈인 거 아는데 이번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어. 본의 아니게 영주한테 상처 준 거 미안하게 생각해.”'''조금씩 멀어지는 선우의 등을 보는 순간, 제인은 그를 와락 안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당신이 틀렸어. 당신이 틀렸다고 하면 나 돌아봐 줄래? 그럴 거야? 저 멍청한 자식이 내뱉은 그 말이 다 사실이라면 내게로 돌아올 거야? 당신 사랑하는 그 마음, 한 자락도 되가져오지 못해 텅 비어버린 내 속을 보면 날 다시 사랑해 줄 거야? 김선우, 가지마! 이대로 날 버려두고 가지마.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