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 있다고요!”'충격을 받은 정효는 홍화의 거절이 너무 뜻밖이라 잠시 눈앞이 어지러워 비틀거렸다. '‘내가 어디가 어때서!’'키 크지 인물 잘났지, 재벌 한영그룹의 알려지지 않은 후계자로 집안이 모자라나 학벌이 모자라나. 국내 명문대 졸업 후 도미(渡美), 아이비리그 스탠포드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누가 보아도 이만하면 둘도 없는 잘난 신랑감이지 싶었다. '샤프한 외모에 더해 뇌쇄적 음성과 천재적 지성, 천사적 감성까지 갖춘 ‘완벽남’, 그게 바로 자신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살짝 왕자병 기질이 있기는 하지만 잘난 것을 잘났다고 하지, 못났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세상에 어떤 여자가 나를 거절해?’'그런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신의 화려한 스펙에 비하면 한참은 못 미칠 것 같은 여자가…….'예전에 홍화에 대해 신붓감으로서 자그마치 ‘-200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던 그였다. 결혼하면 자신에게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가 될 그런 형편의 그녀였다. '아직 미혼인 동생이 있고 작년까지 작은 건설 회사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한 아버지는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열기 위해 공부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변변한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결혼해서도 동생 시집보내야지, 친정 살림까지 보태야 하는 형편의 그녀가 두 번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칼에 자신을 거절했다. 그래서 정효는 라이트 잽, 레프트 잽, 어퍼컷에, 치명적인 급소까지 스트레이트로 제대로 공격받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운!'정효는 귓가에 KO패를 외치는 심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폭풍에 나부끼듯 몸이 저절로 비틀거렸고, 튼튼한 자동차 앞에 서 있어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꼴사납게 뒤로 벌러덩 쓰러질 뻔했다. '“이씨!”'그 길로 냉큼 자동차에 올라탄 뒤 전속력으로 집을 향해 달려오면서 정효는 창피함에 소위 ‘쪽팔려’ 죽을 것만 같았다. 동네방네 다 들리게 큰 소리로 프러포즈해 놓고서 보기 좋게 퇴짜 맞지 않았던가. '이미 한홍화라는 조그만 여자가 보통 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언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야지.'“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고 난리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