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다.''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다.'채라희가 샤워 후 몸단장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왔을 때, 서환은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말끔한 슈트차림으로 푹신한 일인용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쭉 뻗은 코를 따라 날렵한 라인을 자랑하는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만큼이나 각이 잡히고 유연하게 빠진 몸은 마치 강의 상류로 도약하는 연어처럼 섹시한 느낌이었다.'“뭐야? 컨벤션?”'“음.”'무심히 대답한 환은 여전히 들고 있는 몇 장의 종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채였다. '그 모습을 보던 라희는 문득 입술을 깨물었다. 일전에 프로듀서와의 미팅 때문에 매니저와 함께 환의 호텔 커피숍에 갔다가 부딪쳤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환은 검은 호텔 유니폼을 입은 여자와 걸어오고 있었다.'그가 실질적인 경영자나 다름없으니 직원과 걸어오는 모습이 유난할 것은 없으나, 우선 그 여자가 눈에 띄는 미모였으며, 환이 그녀를 보는 표정이 남달랐기 때문에 마음에 걸린 것이다.'그녀를 보는 환의 시선은 일반 직원을 보는 눈빛이 아니라, 뭔가 복잡한 것을 품고 있었다.'자신이 그들을 보고 있다는 걸 모르는 채 환은 여자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부드럽고,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그 짧은 순간 동안 그렇게 느낀 건 라희의 여자로서의 육감이었다. 그것을 본 이후로 라희는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2년을 사귀면서 환이 다른 여자를 만나거나 관심을 주는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일이 바쁘다지만, 그건 핑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정말로 내 사랑의 유통기한이 다한 건가? 설마 그래서 그가 나를 슬슬 떼어내려고 생각하는 중인가?'홀로 고민하던 라희는 결국 매니저 윤정에게 억지로 부탁해, 사람을 구해 며칠 동안 환을 뒤쫓게 했다. 윤정이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은 그녀의 고집에 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날, 여자가 그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워낙에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 더 이상의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거의 심증이 가는 상황이었다.'공사 구분이 분명한 그가 회사 직원을 오피스텔로 부르다니! 그저 일 때문에 불렀다고 하기에는 환의 성격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그것도 조사해 본 결과, 여자는 이번 컨벤션을 위해 통역으로 임시로 고용한 직원이었다. 거기다 환의 호텔이 아닌 R호텔에서 머물고 있었다. '환은 일전에 직원은 절대로 안 건드린다고 한 적이 있긴 했지만, 뭔가 미심쩍은 냄새가 심하게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