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는 구석구석에서 나온 빨랫감들을 모으다가 소파 안에 있던 여자 속옷을 발견하고 이런 것까지 해줘야 하나 확 쓰레기통에 넣어버려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문이 열리며 그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들이닥쳤다.'“어서 오세요.”'‘아니, 저 놈은 몇 시인데 벌써 기어들어 와. 얼른하고 갈라고 했다만.’'“누구십니까?”'“저 일하러 온 사람이에요.”'‘헉, 저 얼굴 봐라. 어디 출신인거야? 딱 기생오라버니 스탈이잖아. 저게 여자들한테 먹혀? 아니지, 저런 희어 멀건 한 놈 좋아하는 것들도 있지. 물론 우리 윤 이사님을 못 본 여자들 중에서 말이야.’'“아, 그럼, 성북동에서?”'“네.”'‘허, 저 놈 봐라. 살짝 뒷말을 끊네.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현명아, 이 이모한테 힘을 다오. 참을 인자가 필요하다.’'“전에 오시던 아주머니는?”'“그만 두셨어요.”'‘네놈하고 네놈 애인하고 하도 더티하게 놀아서 못 오신단다. 제발 집 나간 개념 좀 데리고 와라.’'“아, 네. 그럼, 성함이?”'“그건 왜요?”'‘앗, 그 건. 에이씨…….’'“아줌마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직 젊은 사람 같은데. 그렇다고 아가씨라고 부르기엔 조금.”'“미스 고요.”'‘그냥 넘어가자. 응? 제발.’'“아니 어떻게 일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러요. 그냥 이름을 알려주면…….”'용자는 그녀의 이름을 말해주기 싫어서 입을 다물려고 했으나 그 큰 키에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그 집주인을 보니 꼭 대답을 해달라는 표현인 것 같아 내키지 않으면서도 이름만 간단히 말했다.'“용자요.”'‘마지막이다. 더 물어보면 나 진짜 화낸다.’'“그게 무슨…….”'“아씨, 고 씨 가문에 용자라고요!”'‘뭐야? 머리는 장식이야. 외국에서 대학 나왔다며 그럼 고학력인데. 혹시, 어디 모자란 놈 아냐? 대강 말하면 알아들어야지.’'“네? 진짜 이름이 고용자? 풋, 후후후 하하하하.”'집주인의 집 안이 떠라가라 나는 웃음소리에 용자의 인내는 뚝 끊어졌고 더 이상 이 기생오라비 같은 놈과 좋은 대화는 안 될 것 같았다. 그저 무슨 일이 있던 무시하고 그녀의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집주인과 마주쳐서 그녀의 욱하는 성질을 견디지 못하고 만 것이다.'“재밌나 봐요?”'“하하하, 미안.”'“대망생이가 강생이랑 비슷하우다.”'‘머리가 딱 강아지 수준이라고!’'“뭐?”'“무신거옌 고랑신디 모르쿠게?”'‘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무슨 말이야?”'“속솜허라이! 뚜럼한 몽생이.”'‘시끄러, 이 멍청한 망아지 같은 놈.’'“너, 너 지금 나한테 욕하고 있는 거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