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어두웠다. 저 멀리 태평양 너머에 점점이 불빛을 발하는 도시가 보였다. 도시 외곽 칠흑 같은 어둠에 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곳 그곳은 바다였다. 넓은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는 보석처럼 반짝이고 아름다웠다. 창가 쪽에 앉은 서영은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흡족한 듯 슬며시 웃었다. ' 서영은 조급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손목시계를 보았다. 방송대로라면 이제 10분 후에 밴쿠버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그녀는 목을 뒤로 한껏 재껴 기지개를 켰다.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으로 그녀의 몸은 피곤했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 나이가 서른이 되도록 혼자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지방이나 가까운 곳은 여러 차례 다녀봤지만 멀리 이국으로 혼자 날아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설레고 묘하게 흥분되어 그녀의 얼굴이 엷게 상기됐다. 이렇게 멀리 지구반대편으로 혼자 여행을 오니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라도 된 듯 한 느낌도 들었다. 보호자 나부랭이는 필요 없다. 이제 모든 것은 자신의 통제 하에 이루어진다. 그런 생각에 유치한 감상일지 몰라도 가슴은 뿌듯함으로 부풀었다.' 대학 졸업 후 D신문사 문화부기자 생활 7년 동안 그녀는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제대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심신이 고달픈 삶에서 지쳐있었기에 일주일 전 기자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해방되었을 때는 정말 만세 삼창이라도 하고 싶었다. 물론 일에 대한 사명감이나 성취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