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성대했다. 하객들도 어림잡아 양측을 합해 오백은 능히 넘는 듯했다. '누가 보면 연예인이 결혼하나 궁금해 할 정도로 결혼식에 많은 돈을 뿌린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이럴 돈 있으면 아파트 평수나 넓혀가지.”'기다란 잔 안에서 뽀르륵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샴페인을 홀짝이며 서희가 핀잔을 던졌다. 그러자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넋이 빠져서 내내 결혼식장을 둘러보던 지영이 눈을 흘겼다.'“말 좀 가려 해라. 얼마나 보기 좋으냐? 이래서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나온 거야.”'“누가 요즘도 그런 말을 써? 능력 있는 여자들은 결혼 안하겠다는 추세가 판을 치는데. 너 그거 여성 비하적인 발언인 거 알아?”'“여성 비하적이든 요즘 추세가 어떻든 간에 네가 네 눈으로 직접 봐라. 가난뱅이 신랑 만나면 어디 이런 결혼식이 가당키나 하냐?”'콧방귀를 뀌는 지영에게 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왠지 자신이 무시당한 것만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고 서럽기는 했지만 맞는 말이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올해 스물 셋이 된 그녀들은 한창 만개한 꽃에 비유되는 나이였다. 그리고 그 나이에 그들의 친구 한 명이 결혼을 한다. 아마도 친구의 결정은 옳은 것이리라.'“뭐가 그렇게 좋아서 한창 좋을 나이에 결혼 할 생각을 했을까?”'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눈부시게 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는 친구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서희가 중얼거렸다. '“어른들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어. 아싸리 일찍 가거나 아싸리 늦게 가거나, 둘 중에 하난 거야. 아무래도 여자는 아싸리 일찍 가는 게 더 낫겠지.”'이번에도 지영이 서희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그래, 뭐. 그것도 맞는 말이다. 화창한 봄에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는 저 친구를 보라. 저 친구의 나이가 서른이었어도 이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을까? '능력 있고 완벽에 가까운 남자는 어리고 예쁜 년들이 채간다는 비언은 틀린 것이 아니다. 어리고 예쁜 서희의 친구가 무려 8살 연상의 재벌 남과 결혼을 하고 있으니. '어디 신랑이 돈만 많던가? 능력 있어, 외모 출중해, 배경 좋아, 다정다감해 등등. '이래서 예쁠 때 결혼하라는 거구나.'‘어딘가 하자가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