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라는 한정식 집을 나온 뒤로 굳게 입을 다문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초희였다. 그저 부른 배만 연신 어루만지고 있었다. '경미는 그런 초희를 룸미러를 통해 걱정스레 바라보았다.'주혁과의 결혼 이후 초희는 정말 많이 변해 있었다. '수다스러움도 아무에게나 웃어주던 그 생기발랄한 모습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고 보니 ‘경미 언니’라는 호칭을 들어본 지도 꽤 오래전이었다. '언제였던가. 주방에서 여느 도우미들과는 다르게 초희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전주댁 아주머니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다 무심결에 경미 언니라는 호칭을 썼던 초희는, 때마침 주방으로 들어서던 화연에게 꼬투리를 잡혀 된통 당한 뒤로는 단둘이 있을 때도 꼭 ‘이 비서님’ 이란 호칭으로 그녀를 불렀다.'단둘이 외출할 때는 조수석에 앉아 종알거리던 모습 역시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이 비서님.”'뒷자리 초희와 운전하는 경미의 시선이 룸미러에서 마주쳤다.'“네, 사모님.”'초희는 사무적인 표정으로 경미를 향해 말했다.'“오늘 전 노 비서님과 점심을 먹은 겁니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경미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초희는 다시 입을 굳게 다물고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경미는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운전을 하는 중간 중간 룸미러를 통해 뒷자리에 앉은 초희를 살폈다. '오늘따라 유난히 어두워 보이는 초희의 모습에 더욱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초희에게 귀띔을 해줘야 하는데, 방법이 없었다.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기에 화연은 그런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 '‘차라리 차 전무를 찾아가서 말할까?’'경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자신도 놀랐던 그 일을 주혁이 알게 된다면 그 성격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이 일을 모른 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함께 가구를 사러가고 가전제품을 사러 다니면서 운전을 하는 옆자리에 앉아 자신을 웃게 만들고 간식거리를 사 주던 초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친언니처럼 자신을 따르며 잘해주던 초희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