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켜도 좀처럼 흥분과 놀람이 가라앉질 않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지도 않았다. '“최승혜?” '“응.” '간단명료한 대답. 고개를 짧게 끄덕여 긍정하는 승혜의 모습에, 미선은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쉬웠다. 물음에 대한 대답도, 만남도 믿을 수 없을 만치 쉬웠다. 또한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그토록 찾아 헤맬 때는 나타나지 않더니, 이젠 포기하고 잊으려니 눈앞에 떡 하니 나타났다. 찾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나타난 승혜에 미선은 당황스러웠다. 생시인지, 꿈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놀라기도 했다.'“많이 놀란 모양이네?” '승혜는 10년 전과 같은 눈웃음을 치며 빙긋 웃었다. 놀라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미선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소리 죽여 쿡쿡 웃는 그 모양새가 영락없는 10년 전 그때와 같았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승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소리 죽여 쿡쿡 웃는 버릇이, 눈 꼬리를 살랑거려 눈웃음을 치는 것이, 그리고 바람 같은 느낌이 여전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보다 검어진 피부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소녀에서 여자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였다. '“미선아, 보고 싶었어. 그것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