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내기의 시작은 이러했다.''''고풍스러운 유럽풍 인테리어에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깔끔하게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맞춰 ‘아마데우스’는 손님들로 테이블이 꽉 차 있었다. 아마데우스는 한강변에 위치해 있는 강남의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커다란 창을 통해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경이 유명했다.'특히 밤에 이곳에서 보는 한강은 최고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대교의 반짝이는 가로등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또한 한강대교 위를 지나다니는 많은 자동차들의 불빛이 가로등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그 정경을 한 번 본 사람들은 그것을 잊지 못한 채 또다시 이곳을 찾기에 아마데우스는 항상 손님들로 만원이었다.'많은 테이블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테이블에 세 명의 여자들이 앉아 있었다. 서로 다른 개성의 미를 내뿜는 아름다운 그녀들이었기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지 그녀들은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바빴다.'“도대체 어떤 새끼야! 최고의 퀸카인 널 버린 새끼가…….”'“지나야, 흥분하지 마. 당사자인 다연이도 가만히 있는데 왜 네가 더 난리를 치니? 진정 좀 해 봐.”'손에 든 유리컵을 부서질 정도로 꽉 쥔 채 화를 내는 지나에게 그녀들 중 가장 냉정한 현경이 충고했다. 지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현경을 노려보았다.'“서현경! 너, 나 말리지 마.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넌 열 받지도 않아? 친구가 남자에게 차였다는데 열 받지도 않냐고!”'“휴, 당연히 기분 나빠. 하지만 우리가 지금 여기서 화낸다고 뭐가 달라지니? 오히려 다연이 마음이 더 아플 거라는 생각은 왜 안 해? 냉정하게 생각해. 넌 항상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는 게 문제야.”'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말하는 현경을 보고 지나는 이를 꽉 악물었다. 현경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여기에서 화를 낸다고 해도, 그 자식을 욕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썩어 빠진 자식을 사랑했던 다연의 마음만 더 아플 것이다.'성난 표정의 지나와 냉정한 눈동자를 빛내는 현경과 달리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다연은 친구들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다들 그만 해. 너희들 마음 다 아니까 그만 하자. 우리 오늘 즐겁게 식사하기로 했잖아. 내가 여기 예약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지? 그러니까 그만 하고 밥 먹자. 그리고 나,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너희가 그렇게 열 받아 할 필요 없어.”'“잉?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그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다니?”'지나는 다연의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한쪽 눈초리를 치켜세웠다. 다연은 크리스털 잔에 담긴 와인을 마시며 말을 이었다.'“내가 언제 사랑에 빠지는 거 봤니? 다만 처음으로 남자에게 차여서 내 자존심이 다쳤을 뿐이야. 내가 만났던 남자 중에 최고였는데 감히 나보다 지가 먼저 날 차?”'순간, 지나의 입이 쫙 벌어졌다.'‘뭐야? 결국 자존심 때문에 그 난리법석을 떤 거였어? 하, 참나! 그럼 그렇지. 천하의 민다연이 사랑 때문에 지랄을 떨 리 없잖아.’'지나는 괜히 흥분해서 쓸데없는 곳에 힘을 뺀 자신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현경은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서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