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처럼 생겼네. '처음 인사를 하던 날 그가 라영에게 한 첫 마디였다. 사람 무안할 정도로 1분 동안이나 빤히 쳐다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병아리처럼 생겼네.'도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라영은 알 수가 없었다. 귀엽다는 뜻인지, 새대가리처럼 생겼다는 뜻인지, 사랑스럽다는 뜻인지, 사람답게 안 생겼다는 뜻인지. 그런데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내가 옛날에 병아리를 잘 잡았지.'그리 말하며 새총 쏘는 흉내를 내었다. 바로 라영의 얼굴에다 대고 말이다. 사냥당한 기분. 라영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차태성, 얘가 겁먹잖아.”'뒤에 있던 다른 선배가 주의를 주어서야 태성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오늘 처음 성형외과 순환근무를 하러 온 라영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라영은 이제 겨우 인턴인 햇병아리 의사였다. 그리고 태성은 독수리 같은 레지던트 3년차 선배였다. '태성은 태양 같은 미남형이었다. 시원시원한 눈매며, 오뚝한 콧날, 다부진 입매와 유려한 턱선. 모든 게 넘치게 잘 생긴 타입이었다. 거기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았기에 병원 안에서 그를 흠모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그녀도 사실 성형외과근무를 시작하기 전 병원 내의 소문을 듣고 멀리서 그를 보았을 때에 호감이 갔었다. 왜냐하면 그는 태양 같은 미남형이니까. '그러나 병아리 잡아 죽이는 게 어릴 때 취미라고 말하던 그는 정말 무서웠다. 그 진지함이 압도적이었다. ''차태성이 그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남자라는 걸 아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제 수술 받은 환자, 밤에 피를 3 파인트(1 파인트는 320cc가량)맞고 아침에 결과 어때?”'그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환자의 기록에 대해 물어왔다. 라영은 바짝 긴장만 하고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밤새 응급실 당직을 서다 새벽쯤에 조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사항이었다. 모른다 말하는 것보다 가만히 라도 있으면 중간쯤은 갈까 싶어 라영은 꾹 입을 다물었다. 라영이 대답이 없자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서 있던 태성의 초승달 눈썹이 위로 크게 휘었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무언가 기회를 캐치한 사람이 지을 듯한 그런 표정이라 라영도 순간 눈썹을 위로 밀어 올렸다. '“몰라?”'그는 전혀 화가 나지 않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마치 아침밥은 먹었니? 라고 묻는 듯한 말투였다. 그의 목소리에 라영은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지고 말았다. '“그게 제가 밤새 응급실 당직을 서다가 너무 졸려서 아침에 깜빡….”'다다다 라영이 변명을 하는 순간 순풍이 불던 태성의 얼굴이 급속히 얼어붙어서 겨울마왕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면서 아침 먹을 시간은 있었어! 네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밥은 왜 먹어! 환자가 죽든 말든 넌 네 배만 중요하다는 거냐!”'우아를 가장한 악독한 언어들을 사용하여 사람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을 쳐놓고서는 식사시간이 되면 어느새 먼저 다가와서는 이리 말하기도 했다.'“은 선생. 밥 먹으러 가자.”'자기 입으로 몇 시간 전에 밥 먹을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 명명한 그녀를 굳이 자기 발로 찾아와서 밥을 먹잖다. 그가 머리가 나빠서 자기가 한 말을 잊어버린 건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심하게 야단친 것을 마음에 담고 밥으로 인심 쓰는 건 더더욱 아니라는 걸 안다. '죽도록 야단을 치다가도 몸이 녹아들 것 같이 잘 해 주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을 놓는 순간 다시 사자처럼 으르렁대었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가 잘해주는 건 야단을 쳤을 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 같은 거라고. '절대 현재 그가 짓고 있는 미소가, 그리고 친절이 그의 진심이라 생각하면 안 되었다. 그리 생각하는 순간 완벽히 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설마 이게 그의 병아리 잡는 사냥법인가?'정말 그런 거라면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