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만남 ''''''한강 둔치, AM 02:30. ''' 찰칵, 찰칵. '' "와하! 그래, 그래. 가까이, 더 가까이. 키스, 키스해! 오호, 흐흐흐……. 헉!" '' 열심히 카메라셔터를 눌러 대던 진희는 문득 좋지 않는 느낌에 강 둔덕 아래로 납작 몸을 엎드렸다. '' "으, 어떡해……. 아냐, 눈치 못 챘을 거야. 암, 그렇고 말고." '' 그녀는 연예부 기자 경력 3년의 깡다구로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은색 BMW 운전자는 벌써 차에서 내려 선 상태였고 불쑥 머리가 올라 온 아래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일이라도 생기면 당장 보복을 가할 기세로, 양손을 허리에 짚은 채 다리까지 벌리고 서 있는 품이 무지막지 그 자체였다.'' 진희의 뇌리로 순간,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지나갔다. 그 중 실현 가능한 것은 단 두 가지. 체면이고 불사하고 줄행랑치느냐, 아니면 기자의 신분을 외교적으로 이용해서 타협점을 찾는 척 상대를 구슬러 볼 것이냐.'' 하지만 생각도 거기까지일 뿐, 눈앞의 위험 인물 죠스- 영화 '007'에서의 무쇠 이빨을 한, 덩치 악당 -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오자 스페셜에이젼트 김진희 요원은 연예부 기자증 번호 007의 숫자가 무색하게 꽁지가 빠져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 만치 길가에 세워 둔 자신의 애마, 철가방 전용 스쿠터 쪽으로. 그리고 냅다 스쿠터에 올라타자마자 황급히 시동을 걸고 허둥지둥 앞으로 출발했다. '' "휴…… 됐어. 이제 됐어. 아유, 십 년 감수. 히히히히……." '' 그녀는 의기양양 으시대며 웃었지만 그것은 오래지 않아 등뒤를 바짝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에 멈추어 졌다. 정신이 오싹했다. 어느새 그녀의 스쿠터 뒤로 BMW가 바싹 따라붙어 있었다. '' "우씨!" '' 진희는 배기량 89cc에 7.2리터 들이 연료탱크를 겨우 자랑하는 스쿠터 스롯틀그립(급 가속 시 회전해서 속력을 내는 스쿠터 핸들)을 죽어라 돌려 댔다. 하지만 그녀의 애마는 007영화를 방불케 하는 BMW와의 추격전에서 안쓰럽게 밀려나고 있었고, 은색 3000cc 급 230 마력 괴물은 그녀의 가엾은 꼬마 스쿠터를 도로 귀퉁이로 무자비하게 몰아대고 있었다. 그리고 운전석 악당의 얼굴이란…….'' 김영채는 눈 안에 횃불을 활활 밝히고는 악마의 잔혹한 즐거움이 춤추는 입 꼬리를 무자비하게 끌어올린 채 웃는 건지, 욕을 해대는 건지, 입술을 겁나게 씰룩거리고 있었다. 노기에 찬 눈동자를 희번덕거리면서. '' "헉! 하나님, 부처님, 어쩐 다지? 엄마, 아부지, 으아……. 아니, 아니지. 김진희, 정신 차려! 정신 차리자!" '' 진희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급하게 끼워 쓴 노란 헬멧을 살짝 기울여 가려지지도 않는 얼굴을 딱하게 가리고서 여전히 살아 있는 기자 정신으로 BMW의 보조석을 힐끔 쳐다보았다. '' "그래, 김혜원 당신이야! 당신 맞다구! 이 김진희 눈은 절대 못 속이지." '' 보조석의 인기 탤런트 김혜원은 연인의 무지막지한 성정으로 몸을 납작 웅크린 채 가엾은 포즈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난처함일랑은 아예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정신 병자 같은 그녀의 연인은 추격을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눈앞의 스쿠터를 몰아대는 데만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 진희는 길가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고 목에 건 카메라를 다시 한 번 단단히 고정시켰다. '' "김진희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이거야!"'' "야! 너, 거기 안 서! 야! 잇씨!" '' 남자는 험악하게 외쳐 대며 끔찍한 얼굴로 삿대질을 했지만 진희는 이를 앙다문 채 상소리를 무시했다. 그리고 신은 자신을 버리지 않았노라 신나게 외치며 눈 앞에 나타난 샛길로 쌩 하니 들어가 버렸다. '' "야호!" '' 경쾌하게 내지르는 소리가 바람에 날려 뒤따르던 승용차 앞 유리에 부딪혔다. '' BMW는 신호에 걸려 멈추어 버렸고 운전석의 영채는 골목길로 들어가 버린 노란 스쿠터 뒤꽁무니를 황망하게 쳐다보다가 제 화에 못 이겨 핸들을 쾅, 내리쳤다. '' "우씨!" '' "뭐야, 영채 씨! 괜히 확증만 준 셈이잖아! 아이, 못 살아 정말. 보나마나 또 스포츠 신문 일면을 대문짝만하게 장식할 거라구. 어쩜 좋아, 어쩜 좋아. 기획사에서 난리 칠 텐데. 몰라, 몰라!" '' 톱 탤런트, 미의 대명사 김혜원은 쨍쨍거리며 아름다운 얼굴을 밉상스럽게 찡그렸다. 조잘조잘, 하이톤의 징얼거림이 차 안을 메워 가기 시작했다.'' "어이구, 어이구. 아주 오버를 해라, 오버를." '' 영채는 그녀를 곁눈질로 흘겨보며 새로운 짜증이 밀려드는 걸 느꼈다. 김혜원은 성마른 소리로 계속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었고, 영채는 이제 권태가 스민 눈동자를 굴리며 딴청을 부렸다. 그러다 먼 곳을 바라보던 그의 눈에 문득 주름이 잡히는가 싶더니 끌어올려진 입술 끝에서 픽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후후, 대단해. 대단한 여자야." '' 영채의 머리 속으로 좀 전의 그 여자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딱하게 앙증맞은 노란 스쿠터를 타고 우스꽝스러운 노란 헬멧까지, 그의 위협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여우처럼 쏙 빠져나가 버린 앙큼한 그녀. '' 영채는 눈 안에 새로운 목표를 심으며 이제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소음장치를 내려 주기 위해 차를 돌렸다'''''''2장. 헐크와 여우 ''3장. 당신이 맘에 들어! ''4장. 속 빈 카리스마 ''5장. 찰거머리 스토커 ''6장. 달콤한 연인 ''7장. 김진희 수비대 ''8장. I do love you ''9장. 돈키호테의 청혼 ''10장. 신혼여행 ''11장. 떼쟁이 신랑 vs 천하태평 신부 ''12장. 임신대작전 ''13장. 당신에게 미쳐서 ''에필로그 ''작가 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