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 그만하세요
5권
옥루인취 장편소설
제123화
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금이가 시선을 내리 깐 채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소인, 왕야를 뵈옵니다!”
군묵침은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금이는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져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고천주는 잠들어 있었다. 밖에서 큰 기척이 들렸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금이는 군묵침이 행여 화를 내기라도 할까 봐 몸을 숙여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천주를 깨웠다.
“왕비, 일어나십시오. 어서 일어나….”
군묵침은 금이에게 그만하라는 투로 손을 들어 올리며 작게 말했다.
“조용히 하고 나가거라.”
금이는 아직 잠에서 덜 깬 터라 조금 멍한 상태였다. 진숙이 눈치 빠르게 금이를 끌고 밖으로 나간 뒤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곤 금이를 힐끔 보더니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넌 왕야께서 오시면 어쩌려고 문을 잠근 것이냐?”
금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왕야께선 평소 성진원에서 묵지 않으시잖아요.”
“왕야께서 오시든 오시지 않든 앞으로 문을 잠그지 말거라.”
‘엄연한 왕야의 처소에서 시종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자다니.’
금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또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알겠어요. 다음엔 안 잠글게요.”
“명심하거라. 다음에 또 왕야를 문전 박대하면 경을 칠 줄 알거라!”
진숙이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진숙이 몇 마디 더 당부하려는데 문이 열리면서 군묵침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진숙이 공손하게 물었다.
“왕야, 어찌 나오셨습니까?”
군묵침이 진숙을 힐끔 쳐다보았다.
“내가 어디에서 묵는 것까지 네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
군묵침은 한마디 하고는 밖을 향해 걸어갔다.
“소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진숙은 쩔쩔매며 군묵침의 뒤를 따랐다. 금이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진숙, 문을 잠그지 말까요?”
진숙은 목소리를 낮춘 채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당연히 잠그지 말아야지!”
‘왕야께서 또 돌아오시면 어쩌려고.’
“알았어요.”
금이는 응하고 뒤돌아 쾅! 하고 문을 닫았다. 진숙은 문소리에 깜짝 놀랐다.
‘저 녀석, 문을 잠그지 말라는 데도!’
금이는 문을 닫았을 뿐 잠그지 않았다. 군묵침이 서재로 돌아오자 경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경운이 작게 고했다.
“천향루의 일곱 미인 중 네 명이 서로 다른 곳에 팔려갔습니다. 각기 조부(趙府), 장부(章府), 손부(孫府), 공부(?府)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조 대인(趙大人), 장 대인(章大人), 손 대인(孫大人), 공 대인(?大人) 모두 잇달아 역당들에게 피살되었습니다. 역당들이 대인들을 죽일 때 네 미인도 함께 죽였습니다.”
군묵침이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나머지 세 명은?”
경운이 작게 답했다.
“나머지 세 명은 아직 천향루에 있습니다. 그들은 천향루의 간판이 되어 돈을 잘 벌어들이는 탓에 행수가 그들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 셋을 단단히 주시하거라. 최근 어떤 손님을 접대했는지 한 명도 빠뜨리지 말고 알아내야 한다.”
“예.”
경운은 응하고 뒤돌아 밖으로 나갔다. 군묵침은 서안 뒤에 앉아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북막에서 온 일곱 미인과 조정의 첩자는 아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미인을 사들여 부로 데려간 자들은 전부 역당들에게 살해되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그리한 데에는 무슨 의도가 있었던 걸까.
죽임을 당한 관리들은 전부 문신이었다. 조정 문신들의 우두머리는 소 태부이고 무신들의 우두머리는 엄국공이다. 소 태부는 북창산 전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지만 그의 배후에 사람이 얼마나 더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그들이 각기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 군묵침은 전혀 알지 못했다.
북창산 전투로 외가의 남자들은 전부 한 줌의 흙이 되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군묵침은 사씨 가문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아야 했다. 첩자를 잡아내고 죽이는 건 쉬웠다. 어려운 건 진상을 어떻게 밝히느냐였다. 이 진상에 어쩌면 황제가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군묵침은 밤새 고민하다가 날이 밝자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궁했다. 아침이 밝자 금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세상 근심 없이 쿨쿨 자고 있는 고천주를 깨웠다. 오늘은 후부로 가는 날이라 금이는 잔뜩 들떠있었다. 군묵침과 고천주가 보름이나 경성을 떠나 있던 탓에 후부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히 후부에 가봐야 했다.
고천주가 역당들에게 납치당한 일을 고남천만 알고 있을 뿐 후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고천주가 돌아온 것을 보자 고남천은 감격한 나머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눈물을 흘렸다. 군묵침이 그를 말리지 않았다면, 또 군묵침이 고천주를 찾으러 직접 가지 않았다면 아마 황제를 죽였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 고천주보다 더 소중한 건 없으니까.
고 부인이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천주가 오랜만에 돌아온 게 그리도 좋으십니까? 눈물 좀 닦으세요. 이젠 나이도 드실 만큼 드셨으면서 사람들이 웃으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고 부인은 말과 동시에 고남천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었다. 고남천은 대충 눈물을 닦고 말했다.
“너무 감동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것이오. 천주야, 살이 많이 빠졌구나. 오늘 양 한 마리를 잡아 우리 천주에게 몸보신 시켜주어야겠소.”
고 부인이 코를 찡긋하여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미 부엌에 말해두었어요.”
고남천은 양고기를 가장 좋아했고, 고천주가 올 때마다 양고기 구이를 먹곤 했다. 때문에 고천주가 후부에 오면 양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고천주는 저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부모님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양쪽에 고남천과 고부인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즐겁게 담소를 나누다가 고남천이 고부인을 밖에 내보내고 눈물을 글썽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이 많았다.”
고천주가 작게 위로했다.
“아버지, 저 괜찮아요. 이것 보세요. 멀쩡하잖아요.”
“살이 많이 빠졌는데 괜찮긴. 누가 너를 납치했는지는 알고 있느냐? 내 필시 그들을 잘근잘근 씹어 복수해줄 것이다.”
고남천은 고생했을 고천주만 생각하면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가 부득부득 이를 갈며 살기를 번뜩였다. 고천주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역당들이 저를 납치하긴 했지만, 제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하나 같이 무예 실력이 고강하고 행적이 은밀했고, 그들을 따르는 신도가 방방곡곡에 흩어져 있어요. 아버지께서 반드시 역당의 무리를 소탕하라는 폐하의 어명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어찌되었나요?”
“네가 조정의 일까지 걱정할 필요 없다. 내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 말거라. 놈들이 정말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느냐?”
고남천은 고천주가 납치당한 사이에 혹 무슨 일이라도 당했을까 봐 노심초사했다.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하지만 왕야께서 절 구하기 위해 역당에게 ‘칠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영패를 내주셨어요. 혹 그 영패에 새겨진 글자의 의미를 아시나요?”
역당들은 힘들게 고천주를 납치한 뒤 고작 영패 하나로 그녀를 풀어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코 평범한 영패는 아닌 것 같았다. 고천주의 말을 듣자 고남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말 그 영패에 ‘칠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느냐?”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고천주는 서늘한 빛을 뿌리며 번뜩이는 두 글자를 똑똑히 보았다. 고남천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칠찰’은 한 강호 조직이다. 그들은 정보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결사대를 키우기도 한단다. 그들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 그 영패가 어찌 왕야의 손에 있는 것이냐?”
고천주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말했다.
“그 조직이 엄청 센가요?”
고남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나지. 강호의 사람들이 정보를 사거나 혹은 살수를 고용하려면 칠찰을 찾아야 하느니라. 다만 칠찰은 오래전에 종적을 감췄는데 그 영패가 왕야의 손에 있을 줄은 몰랐구나. 왕야께서 큰 조직을 가지고 계셨으면서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으셨다니. 참….”
‘왕야께선 비밀을 감추고 쉬이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분이셨군. 하긴 신분이 신분인만큼 감춰야 했겠지.’
만약 군묵침의 손에 커다란 강호 조직이 있다는 것을 황제가 알게 되면 무조건 의심할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고남천이 당부했다.
“천주야, 왕야에게 칠찰령이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아니 된다.”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한데 왕야께선 절 구하기 위해 이미 칠찰령을 역당들에게 내주셨어요.”
고남천은 마음이 복잡한 듯했다. 그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왕야께서 너를 많이 아끼시는구나!”
문득 고천주는 군묵침이 피풍을 휘날리며 약속대로 혼자 산에 올라왔던 장면을 떠올렸다. 설령 군묵침이 그녀를 구하러 온 것이 부부로서의 도의적 책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해도, 그가 고천주를 구하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른 것은 사실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고천주는 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다.
부녀가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데 고 부인이 초대장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고 부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경 공주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황후께서 내일 행궁 별원(別苑)에서 화회(花會)를 연다고 합니다. 내일 화회에 천우를 초대한다며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고천우는 경성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가 귀족 여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고 부인은 장사밖에 모르는 고천우에게 황후가 갑자기 초대장을 보낸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고천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머니, 초대장을 이리 줘보세요.”
고 부인이 아무 의심 없이 고천주에게 초대장을 건넸다. 초대장을 본 고천주의 눈빛이 곧바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금족에서 풀린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몸이 근질근질한 거야?’
고천주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생각했다. 옆에 있던 고 부인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천우는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인데.”
하지만 황후가 초대장을 보냈는데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천주는 초대장을 내려놓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 부인을 안심시켰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언니를 잘 지켜보고 있을게요.”
고 부인이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단단히 감시하거라.”
고천주는 초왕비였기에 궁에 나름 익숙해졌다. 고 부인은 궁중 법도를 잘 모르는 고천우가 행여 무례를 범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내일 있을 화회를 떠올리자 고천주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왕부로 돌아가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양고기 구이를 먹은 뒤 곧바로 왕부로 돌아갔다. 돌아오자마자 약방에 틀어박혀 무언가를 만들던 고천주는 자정이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피곤한 탓에 일찍이 침상에 누웠지만, 고천우에 대한 걱정으로 쉬이 잠들지 못했다. 그녀는 밤잠을 설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고천주는 비록 황후에게선 초대장을 받지 못했지만, 태황태후에게서 초대를 받았기에 연회에 참석할 명분이 충분했다. 단장을 마치고 나갈 채비를 하려는데 마침 왕부로 돌아온 군묵침과 마주쳤다. 검은 피풍을 걸치고 있는 군묵침은 피로에 지친 얼굴이었다. 군묵침이 고천주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고천주는 어리둥절했지만 얌전히 정원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어차피 이른 시간이라 아직 시간이 많았다.
잠시 후 군묵침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간단히 씻었을 뿐인데 조금 전 피곤함에 지쳐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수려하고 멀끔한 상태로 돌아왔다. 금무늬가 새겨진 검은색 망포를 두르고, 띠로 단단히 허리를 조여 맨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햇볕이 나무 잎사귀를 뚫고 군묵침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그의 모습은 옥처럼 아름답고 눈이 부셨다.
고천주는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군묵침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군묵침이 그녀의 앞에 다가왔다. 고천주는 제 표정을 들킬세라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들린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었다.
군묵침이 고천주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어디 아프오? 얼굴이 왜 이리 빨갛소?”
“쿨럭쿨럭….”
고천주는 그만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군묵침은 이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작게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
“하다 하다 이제는 사과를 먹다가도 사레가 들리다니.”
“쿨럭쿨럭….”
‘이게 내 탓이야? 누가 아침부터 미친 듯이 매력 발산을 하래?’
제124화
고천주는 한참이 지나서야 숨을 고르고 물었다.
“저한테 볼 일 있으세요?”
군묵침이 작게 말했다.
“먼저 나와 함께 갈 곳이 있소.”
“알았어요.”
고천주는 일어나 계속해서 사과를 먹으려 했다. 하지만 커다란 손이 뻗어와 그녀의 손에 들린 사과를 가로챘다.
“방금까지 사레 들렸으면서 또 먹으려고?”
고천주는 어이가 없었다.
‘사레 한 번 들렸다고 안 먹으면 배고파 죽게?’
고천주는 사과를 도로 뺏으려다가 군묵침이 손을 높게 올리는 바람에 헛손질을 하고 말았다. 군묵침이 약을 올리듯 사과를 한 입 먹어버렸다. 심지어 고천주가 베어 문 부분을 말이다. 고천주는 순간 흠칫했다.
‘결벽증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의아하게 바라보는 고천주의 표정에 군묵침이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왜? 그대의 사과를 내가 좀 먹으면 안 되오?”
고천주는 속으로 군묵침을 향해 눈을 흘겼다.
“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어요.”
‘그래, 먹어라 먹어! 아주 꼭꼭 씹어서 다 드십시오!’
그 말에 군묵침은 보란듯이 고천주의 사과를 다 먹어 치웠다.
‘흠, 달군.’
나란히 왕부를 나간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어느 한 작은 골목에 멈춰 섰다. 둘은 마차에서 내린 뒤 골목의 낡은 저택으로 들어갔다. 고천주는 저택에서 풍기는 짙은 약 냄새에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강한 약을 쓰는 걸 보아 환자의 목숨이 매우 위중한 듯한데.’
역시나 방안에는 예상대로 한 노인이 침상에 누워있었다. 눈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그는 송장과 다름없었다. 모 노인이 그에게 탕약을 먹여주었으나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고 죄다 다 흘리고 말았다.
기척을 들은 모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군묵침인 것을 보자 곧바로 우는 소리를 해댔다.
“이 죽일 놈의 영감탱이가 먹여주는 족족 다 게워내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이냐? 난 도저히 못 살리겠으니 다른 사람을 찾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