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야, 그만하세요
2권
옥루인취 장편소설
제21화
한편, 마차 안에 있는 군묵침은 서랍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 손목에 묻은 침을 닦았다. 하마터면 살갗이 찢어질 뻔했다. 벌건 잇자국이 손목에 아주 선명하게 나 있었다.
그는 자꾸만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디 풀 데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휘장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런데 그의 시야에 있어선 안 될 것이 들어왔다.
바로 고천주였다.
그가 휘장을 열자마자 고천주의 초롱초롱한 두 눈과 마주쳤다. 고천주가 어느새 군묵침의 바로 옆까지 다가와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왕야, 당호로 드실래요?”
그러고는 다짜고짜 당호로 하나를 그에게 들이밀었다. 군묵침은 어이가 없어 곧바로 휘장을 확 닫아버렸다.
초왕부로 돌아온 군묵침은 화를 꾹 참고 서재에 앉아 집무를 보려고 붓을 들었다. 한데 고천주가 그려놓은 거북이가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게 아니겠는가?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말이지 아무나 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성진원으로 돌아와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던 고천주는 갑자기 한기가 느껴져 재채기를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그녀가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봉황화가 어느새 또다시 검게 변해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며칠 전 군묵침이 그녀의 손을 잡고 글씨 연습을 도와주었을 적에, 봉황화가 분홍빛을 띠었다. 하지만 고천야의 사고를 예지하는 바람에 운기가 소모되어 봉황화가 다시 검게 변한 것이 분명했다. 이에 고천주는 마음이 불안했다. 아무래도 군묵침에게 가서 운기를 빌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고천주가 서재에 도착하자 시종은 왕야가 서재가 아닌 고문실에 있다고 고했다. 고천주는 이내 발길을 돌려 고문실로 향했다. 고문실은 지하에 있었다. 등불이 밝게 비추는 고문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다.
고천주가 미간을 찌푸리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불빛을 등진 채 곧게 서 있는 군묵침이 보였다. 그는 하얀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고 있었다. 느긋하고 우아한 그의 행동과 컴컴하고 피비린내로 진동하는 고문실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의 앞 탁자 위에는 날카로운 칼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큰 것, 작은 것, 긴 것, 짧은 것, 넓은 것, 좁은 것 등 없는 종류가 없었다. 칼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만한 살기를 번뜩였다.
고천야를 암살하려 했던 사내는 말뚝에 묶인 채 검은 피를 토하고 있었는데, 곧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는 입에서 피를 왈칵왈칵 토해내면서도 군묵침을 향해 냉소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어서 빨리 절 죽이십시오. 절 고문해 보았자 왕야께선 아무것도 아실 수 없습니다.”
말을 마친 사내는 퉤 하고 바닥에 검은 피를 뱉었다. 끓어오르던 분노를 어디 풀 데 없었던 군묵침은 한창 자객이었던 사내에게 분풀이를 하는 중이었다. 그는 우아하게 손가락을 닦던 손수건을 바닥에 홱 던지더니, 온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죽이거라.”
“예!”
경운이 주인의 명령에 곧바로 응하고는 자객을 베려고 칼을 들었다. 그 순간, 고천주가 갑자기 소리쳤다.
“잠깐!”
경운이 깜짝 놀라 손을 멈췄다. 고천주가 팔짱을 끼고 다가와 자객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놈의 말대로 그에겐 고문 따윈 통하지 않아요. 제게 놈이 토설하게 만들 방법이 있어요.”
고천주의 맹랑한 말을 들은 사내는, 검은 피를 머금고 고문실이 울릴 정도로 차가운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의 웃음소리는 듣는 이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섬뜩했다.
“네까짓 년이 무슨 수로 날 토설시킨단 말이냐?”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를 뒤지더니, 검은 환약 한 알을 꺼냈다. 그리곤 곧장 사내의 입을 벌려 약을 먹이려는데, 그의 입안은 온통 검은 피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내 손에 더러운 걸 묻히지 않는 게 좋겠지?’
고천주가 환약을 경운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이거라.”
환약을 받아 든 경운은 군묵침의 눈치를 힐끔 살폈다. 군묵침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침묵은 곧 동의였다. 경운은 사내의 입을 억지로 벌려 환약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등을 쳐 그가 약을 삼키게 했다.
“옷을 벗겨라.”
고천주가 계속해서 분부했다. 경운이 장검을 휘두르자, 순식간에 사내의 옷이 전부 찢어져 갈색 피부와 단단한 복근이 드러났다. 경운이 물었다.
“바지도 벗길까요?”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벗겨.”
경운이 바지까지 벗기려는데 군묵침이 잔뜩 굳은 얼굴을 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까지 왜 이러는 것이냐?”
경운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 아니, 난 그저 왕비께서 시키신 대로 한 것뿐인데….’
“송구합니다.”
경운은 곧바로 검을 거두고 군묵침의 눈치를 살피며 뒤로 물러섰다. 군묵침이 고천주를 흘겨보며 말했다.
“누가 그대더러 이곳에 오라고 한 것이오?”
고천주가 큰 눈망울을 슴벅이며 말했다.
“제 발로 온 건데요?”
“이곳은 그대가 올 곳이 아니오!”
“왕부가 제집인데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군묵침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더는 말이 통하지 않는 고천주와 얻을 것 없는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던 군묵침은,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장 나가시오!”
“싫어요. 저놈이 천야를 죽이려 했어요. 오늘 저놈의 조상 18대까지 알아내지 못하면, 전 고씨가 아니에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고천주가 자객에게 다가갔다. 겁도 없이 나대는 고천주를 본 군묵침은 너무나 어이가 없어 이제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가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성은 이제 고씨가 아니라 군씨라는 걸 명심하시오!”
황실의 족보에 올랐으니 고천주도 이제는 황실의 일원이었다. 황실의 일원으로서 경거망동은 금물이었다. 고천주가 이내 웃었다.
“군고천주? 이게 뭐야? 이름이 이상해요.”
그러면서 지극히 자연스럽게 자객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곧 그녀의 손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사내의 늑골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 동작은 너무도 능숙해 부끄러움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천주의 거침없는 손길을 본 군묵침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옆에 서 있던 경운도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미, 미친 거 아니야? 왕비께서 혹 자객의 몸매에 반하셨나? 왕야 앞에서 대놓고 만지다니….’
부인이 눈앞에서 다른 사내의 몸을 만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왕야의 심정이 오죽할까? 잔뜩 겁을 먹은 경운은 군묵침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고천주는 산적 출신이라 일반 여인들과는 다르다는 걸 군묵침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뻔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군묵침의 잘생긴 얼굴이 검다 못해 잿빛이 되고 말았다. 지체할 필요 없이 고천주를 밖으로 던져버리려고 그녀에게 다가가 뒷덜미를 잡으려는데, 군묵침의 눈앞에서 무언가가 번쩍였다.
고천주가 사내의 가슴에 침을 가지런하게 꽂았다. 은빛이 반짝이는 것이 꼭 심장 모양으로 침을 놓은 것 같았다. 군묵침의 눈이 살짝 빛났다. 침을 꽂는 고천주의 신속함에 놀란 것이었다.
‘이게 바로 그 강호파의 암살 무기?’
가슴에 은침이 빼곡하게 꽂힌 것을 본 자객은 여전히 기세를 꺾지 않고 냉소를 지었다.
“칼도 두려워하지 않는 내가 네까짓…. 아아아아악!!!!”
자객은 하던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순간 그의 피로 범벅이 된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자객은 너무 아파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했다. 단순히 아프기만 한 게 아니었다. 개미 만 마리가 동시에 심장을 파먹는 것처럼 무언가가 끝없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고통스러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잘 참더니 결국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아!!”하는 자객의 비명소리에 고문실이 떠나갈 듯했다.
군묵침의 눈동자가 자객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이윽고 그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뼈를 발라도 신음 소리 한 번 내지 않을 정도로 사내는 인내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한데 고천주가 놓은 침이 아프면 얼마나 아프다고 이 정도로 실태를 보인단 말인가? 경운도 충격을 받긴 마찬가지였다.
‘왕비께선 침의 신이라도 되시는 걸까? 아무리 고문해도 꿈쩍하지 않던 사내를 순식간에 무너지게 만들다니. 너무 무서운 분이셔.’
고천주는 팔짱을 낀 채 비명을 질러대는 사내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말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천야를 죽이려 한 거야?”
이제 사내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켜 사지가 비틀리고, 이빨은 부딪혀 딱딱 소리가 났다. 그는 피바다에서 금방 건져낸 사람처럼 숨만 겨우 붙어있었다.
“말…. 말할 수 없…. 아아아아악!!!!!”
사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천주는 또다시 침 한 대를 사내에게 꽂았다. 심장으로부터 시작해 뼛속까지 파고드는 끔찍한 고통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것 같았다. 끊임없는 고통은 그의 인내심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고천주는 보는 사람마저 섬뜩할 정도로 긴 은침을 가지고 놀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말할 거야 말 거야? 내 인내심이 슬슬 바닥나려고 해.”
두 눈이 벌겋게 충혈 된 사내가 고천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고천주가 또다시 침을 놓으려 하자 사내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말할게!”
“다행히 너무 꽉 막힌 놈은 아니네.”
고천주가 또다시 침을 놓자 고통이 조금 사그라졌다. 사내는 그제야 말할 기운이 조금 생겼다. 그는 피를 왈칵 토해내고는 핏발이 선 눈으로 고천주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네년을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고천주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보통 3초도 못 버티는데 넌 1각이나 버텼으니, 진정한 사내대장부인 건 맞아. 나도 널 기억할게.”
군묵침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내 앞에서 뭐 하는 거야?’
사내는 또다시 피를 왈칵 토했다.
“누구의 의뢰였는지는 나도 모른다. 난 돈만 받으면 일을 하는 사람이라 의뢰인을 따로 만나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다. 이번 일은 취보장(聚寶莊)에서 의뢰받은 것이다. 하니 취보장에 가면 의뢰인이 누구였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고천주도 취보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거긴 도박장이잖아.”
사내가 애송이를 보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까짓 도박장에서 벌면 얼마나 번다고.”
이런 의뢰는 한 번만 받아도 10년은 거뜬히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었다. 고천주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들이 너한테 얼마를 줬는데?”
“오천 냥.”
그는 사실 이번 일만 끝내고 이 바닥을 영영 뜨려고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를 위험한 일은 그만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모시며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생사에는 딱히 미련이 없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고향에 있을 백발이 성성한 노모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오천 냥이면 큰돈이지!”
취보장에 의뢰하려면 먼저 수수료를 내야 했다. 때문에 의뢰인이 낸 돈은 오천 냥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정도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이면 필시 엄청난 부자가 아니면 귀족일 것이 자명했다.
고천주가 군묵침에게 물었다.
“왕야, 혹 짚이는 사람이 있으세요?”
제22화
군묵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범인은 분명 세력을 가지고 있는 그 몇몇 파들 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파의 소행인지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모두 집에 돈이 넘쳐나는 자들이라 이 정도 금액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일 취보장에 사람을 보내 조사해봐야겠소.”
고천주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대뜸 한마디 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왕야, 이 자를 제게 주세요.”
의뢰인을 찾아낸들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부자가 아니면 귀족, 그것도 아니면 외척세력일 텐데 그들을 상대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찾아낸다고 해도 그들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이 사내를 취보장으로 돌려보내 그를 소식통으로 쓰는 게 나을 것이다.
‘그리하면 만약 또 누군가 살인을 의뢰했을 때, 적어도 미리 내게 소식을 전해줄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러다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반격을 하면, 그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거야.’
여기까지가 고천주가 생각한 부분이었다. 군묵침도 의뢰인에 대해 더 조사해보았자 소용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설령 찾아낸다고 해도 의뢰인이 누구라도 정확히 콕 짚어낼 수 없거니와, 의뢰인 또한 증거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한데 고천주가 이 흉악한 자객을 가져서 도대체 무얼 하겠다는 심산일까? 설마 남첩이라도 기를 생각인가?’
군묵침이 딱딱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자를 가져서 무얼 하겠다는 것이오?”
고천주가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서요. 왜요? 안 되나요?”
고천주의 대답을 들은 군묵침은 물론이고 경운마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경운은 너무나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왕비께선 담이 커도 너무 커!’
군묵침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그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저자의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것이오?”
‘흉악한 자객일 뿐이거늘 설마 눈에 콩깍지라도 씌었단 말인가?’
군묵침의 언짢은 표정은 아랑곳 않고, 고천주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잘생겼고, 게다가 무예 실력도 출중하잖아요. 여행을 다니고, 사람을 죽이는데 꼭 필요한 사내예요.”
군묵침과 경운 모두 침묵했다. 그녀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기에. 그들은 자객의 솜씨를 직접 눈으로, 그리고 또 몸으로 보고 겪었기에 그의 살상을 위한 무예 실력에 흠 잡을 수 없었다.
사내도 잠시 흠칫하더니, 이내 고천주를 쳐다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사람 보는 안목은 있구나.”
고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날 만난 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
사내는 어이가 없었지만, 고천주가 제 목숨 줄을 쥐고 있는 탓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고천주가 더 뭐라고 말하려는데 참다못한 군묵침이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고천주는 어이가 없었다. 왕재수 왕야가 긴 다리만 믿고 걸핏하면 그녀를 어린아이 집어들 듯 제 뒷덜미를 손쉽게 잡아들었기 때문이었다. 벙어리처럼 힘없이 군묵침의 손에 들려 나간 고천주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고문실을 나온 그는 고천주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저자는 살려두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오.”
고천주는 옷매무새를 바로 가다듬고 군묵침의 정면에 똑바로 섰다. 그녀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안 되는데요?”
군묵침이 그녀를 한 번 무심한 눈길로 훑었다.
“그를 살려두는 건 범을 길러 후환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걸 어찌 모르는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