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기습
복카이센
이순신의 상륙작전
천일염과 시마즈 요시히로
조선 기병의 위엄
완벽한 승리
이제 세자가 되어 한양을 지킨다.
쿠데타
한양그라드
소드 마스터 한명련
한강 방어전
선조를 잡아라
원균 출정하다
칠천량 해전의 서막
위기일발 조선군
이어지는 승전보들
보우 마스터 신립
가토를 죽여라
칠천량 바다의 이순신
기습
의금부
한양 수성전
히데요시의 제갈공명
선조의 퇴진
승리의 칠천량 해전
기습





“들었어? 조선놈들이 보통이 아니라더군.”
“우리 군 수십 명이 한 번에 전멸했는데 괴물들을 전쟁에 끌고 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여태까지 조선놈들은 약과였어. 이번이 진짜라고.”
“와키자카 군이 괜히 전멸한 게 아니야. 아예 잡아먹혔다고.”

요시토시 군은 짧은 시간에 지나다니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덕분에 보지도 못한 조선군의 위용은 삽시간에 올라갔다.

정기룡은 정기룡대로 산 위에서 요시토시 군이 후쿠시마 군에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정말 저게 가능하군. 마마께선 언제 병법을 공부하셨단 말인가?”
“적군으로 위장해 들어간다. 병법에 저런 것이 있습니까?”

일단 척후병이 조선군이 있다고 유인해온 곳은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 군영이 있던 곳이다.
평평한 곳이긴 하나 둔덕이 많고 풀이 많이 자라고 숲은 많아서 시야 확보가 안 되는 곳들이었다.

후쿠시마 마사노리의 5군은 그 지명도에 비해서 조선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기억이 잘 안 났다. 5군에 누가 있는지 말이다. 우리나라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약한 것은 아닐 것이다.’

5군의 전력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쉽지 않군. 도대체 이놈들 군단이 몇 개야?’

요시토시에게 들으니 5군단은 5개의 다이묘가 모여있었다. 다 쟁쟁한 놈들이었다.
그중에 한 놈…모토치카! 시코쿠를 지배하는 놈 아닌가!

시코쿠는 제일 작은 섬이긴 해도 그래도 혼슈나 규슈 같은 큰 섬이 아닌가.
석고나 네임밸류를 보면 대단한 놈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발을 잘못 들였으니 불리하게 시작했다.

군영 안은 권율의 부대가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특별히 화약 무기를 많이 쥐여줬다.
사실 임진왜란의 승리를 분석해보면 화약 무기로 이긴 전투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왜군을 대상으로는 화포 등을 적절히 써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시코쿠의 패자와 칠본창의 에이스가 있는데 절대 만만한 전력이 아니야.’

문제는 5군도 다섯 개의 다이묘들의 군대다 보니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서 같이 모아놓고 패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1군이나 2군도 다른 다이묘들이 모이긴 하였지만 고니시와 가토의 군대라는 경향이 있었다고 하면 후쿠시마 군은 더욱더 독립성이 강했다.

‘대장이 각각이니 다 따로 움직이지. 그리고 일본은 특이한 것이 다이묘들끼리는 사실 상하 관계도 전혀 없지. 석고가 많으면 눈치를 보는 정도? 이러니 싸우다가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면 딴지를 거는 이들이 있다. 싸우기가 정말 까다로운 놈들이야.’

내가 파견한 요시토시 군의 이른바 특작대들!
이들이 가서 할 일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일들이었다.
총을 쏘고 칼로 베는 일이 아니었다.
잘못된 정보만 줘서 병력을 조금씩 혼란에 빠뜨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군사를 이끌고 후쿠시마 군의 후위를 치러 가던 중 내 옆에 있던 이항복이 감탄했다. 사실 이항복은 빨리 한양으로 가서 신립과 연합하기를 주장했다.

“마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대단합니다. 저는 비록 문신이지만 이런 병법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종의지의 군대가 임무를 수행한다면 그것도 정말 대단한 선례입니다. 왜군이 우리 조선을 위해서 큰일을 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병법도 공부 아니겠습니까? 문신이 더 잘 쓸 수도 있습니다. 도승지께서도 워낙 흡수가 빠르시니? 군을 지휘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에 괜히 문신들이 무신을 무시한 것이 아니다.
문신도 나름 머리가 똑똑해서 병법이나 군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웬만한 무신들보다 나았다.
임진왜란 때만 해도 권율이나 정문부 같은 문신 출신의 장수들이 많았다.
오히려 신립을 비롯한 무신들이 여러 가지 군기 면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 작전도 내가 독자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다. 나도 벌지 전투에서 나치 독일군 오토 슈코르체니 대령이 실행한 작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지.’

고대 근대 전쟁사에는 저런 위장 전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근현대에는 독일군의 경우처럼 저런 경우가 가끔 있었다.
특히 군복으로 피아가 확실히 구별되는 경우에는 더욱더 써먹기가 좋은 것이다.
미군은 이런 독일군을 걸러내기 위해서 미국인만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졌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인들이 오답을 말하곤 했다는 거. 브래들리도 그 중 한 명이었고.

‘어차피 들킬 것이었다. 수만 명의 군대가 움직이는데 처음에 약간 속였다고 해서 그대로 계속 속기를 바라는 게 말이 안 되지. 왜놈들이 바보도 아니고 전쟁 기계들이다. 언제 들키느냐? 그동안 얼마나 타격을 입히느냐가 그리고 어떻게 빠져나오느냐가 문제겠지.’

나는 요시토시 군이 성공하길 바라면서 편한 마음으로 움직였다.
주력군은 후쿠시마 군을 뒤에서 치기 위해서 몰래 숲속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

광해군은 일본군을 유인해서 포위한 뒤 섬멸하기로 계획을 짰다.
그래서 미끼가 되는 것은 황진에게 맡겼다.
척후병이 말한 쪽에는 과연 조선군의 진영이 보였다.
산등성이에 후쿠시마 군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산 사이 평원에 아직 조선군의 군막이 그대로 있었다.

“조선군은 아직 저곳에 한가하게 모여있군.”

조선군의 모습을 보고서는 후쿠시마 마사노리는 전공 생각으로 군침을 흘렸다.
조선군은 군막 근처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적어도 후쿠시마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돌격 준비를 한다.”

하지만 시코쿠를 지배하는 다이묘 초소카베 모토치카는 다른 생각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상하군. 여기 조선군은 기병을 보내서 우리 보급을 끊으려고 수시로 기습하는 치밀한 놈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노출해놓고 기다려? 기습을 당해? 뭔가 부조화스러워. 안 맞아….’

“기다려라! 후쿠시마! 다시 생각해보자! 뭔가 이상하다!”
“모토치카!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이런 데 진을 짜고도 척후병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모토치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란 거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조선군의 실수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 그러면 일단 정찰대를 보내서….”

탕! 탕! 탕!

어디선가 조총 소리가 들렸다.
일본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