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로그아웃 불가의 이유
“네놈은 처음부터 쓰레기 같은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내 아우까지 함부로 암습하려 드는 건가?”
“……!”
어느새 여포, 그 마귀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늘한 표정과 피 묻은 화극.
그 피가 누구의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히, 히이익?”
켈튼 추기경은 자신의 잘린 팔뚝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피는 멎지 않았다.
고통도 멎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는 온몸을 헐떡이듯 떨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여포와의 간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그가 물러나는 만큼, 여포가 이쪽으로 거침없이 걸어왔기 때문이었다.
“그, 그읏! 저리 가! 저, 저리 가!”
두려웠다.
마치 악마가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공포심에 질린 추기경의 뒷걸음질이 더욱 다급해졌다.
아예 발작하듯 물러났다.
그러나 여포의 걸음은 멈추어지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얼굴과 서늘한 눈빛으로 켈튼 추기경을 향해 저벅, 저벅, 걸어갔을 뿐.
“사, 살려! 사람 살려! 저리 가! 제발! 히이익!”
추기경은 아예 패닉에 빠졌다.
잘린 팔을 허우적거렸다.
자연 걸음이 어지러워졌다.
그러다 기어코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즈어억─!
“……!”
뒷걸음질을 치던 그의 발이 미끄덩한 물체를 밟았다.
잘려서 바닥을 나뒹굴던 자신의 오른팔이었다.
“허억?”
미끄러진 그의 두 발이 허공에 요란하게 떴다.
몸도 따라서 떠올랐다.
뒤늦게 팔을 허우적거렸다.
살려달라고,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하듯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앞쪽으로 엎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신의 잘린 오른손, 그 손이 여전히 힘껏 움켜쥐고 있는 맹독이 발린 단검의 칼날 위로.
푸욱─!
“……커르!”
단검 칼날이 목을 관통했다.
순식간에 맹독이 혈관에 침투했다.
전신으로 번졌다.
그제야 파국을 느낀 추기경이 입을 쩍 벌렸다.
하지만 이미 때는 한참 늦어 있었다.
“……부그륵!”
비명 대신 흘러나온 것은 한 덩이 피거품.
유언 대신 내뿜은 것은 의미조차 알 수 없는 비명.
그것이 탐욕스러운 일생을 살아온 켈튼 추기경 최후의 몸짓이었다.
이윽고 그의 심장이 멎었다.
전신이 회색으로 변했다.
“후우, 끝났군.”
여포는 하나뿐인 아우의 어깨를 짚었다.
소년 교황의 어깨가 움찔, 흔들렸다.
“설마 너, 죄책감을 느끼는 거냐?”
“……조금은요.”
“이런 결과를 맞이하진 않을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네.”
미카엘의 착잡해진 시선이 회색으로 변한 켈튼 추기경의 시신을 향했다.
“그래도 한때는 추기경으로 존경받았던 분이었습니다. 제게 처음으로 성서를 건네주신 분이기도 하셨죠. 한데 이런 결과를…….”
“됐어, 인마.”
아우의 어깨를 짚은 여포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자업자득이다. 지금껏 놈이 벌인 일들이 고스란히 놈에게 돌아간 거야. 단순히 보자면 놈의 저 단검이 그러하지 않으냐.”
“…….”
“놈이 널 찌르려 하지 않았다면? 흉심을 버리고 단검을 미리 버렸다면? 내게 팔을 잘리는 일도 없었을 게다. 물론 그 단검에 제 목이 찔려 죽지도 않았을 테지.”
추기경의 시신을 보는 여포의 눈빛은 여전히 서늘했다.
사실은 간담이 서늘하기도 하였다.
‘내가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하였다.’
그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이곳에 도착하던 순간, 켈튼 추기경의 맹독 발린 단검은 이미 뻗어 나가고 있었다.
목표는 미카엘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당시의 미카엘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다.
‘실력에 비해서 아직 너무 무르단 말이지, 이 녀석.’
만일 자신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래서 내뻗어진 화극이 한 치라도 짧았더라면?
‘아니, 그 순간에 화극에서 처음 경험하는 기세가 발출되었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하였다.’
다급하게 화극을 뻗던 순간이었다.
월아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날카로운 기세가 뻗어 나갔다.
마기와는 달랐다.
마치 월아의 칼날이 일순간 쑥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무형의, 바람으로 이루어진 칼날이 뻗어 나가는 감각이었다.
그 순간 귓가에 울리던 잡소리 또한 생경한 것이었더랬다.
띠링─!
[새로운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 : 검기 발출 (액티브) : 초급 1레벨 (00.00%) - 칼날을 지닌 무기를 휘두를 때 무형의 날카로운 검기가 발출되어 목표물을 공격합니다. <검기의 공격력 : 무기 공격력의 15%>, <검기의 발출 범위 : 무기 사정거리의 7.5배>]
……라고 잡소리가 떠들었던가.
‘검기라. 그저 모든 걸 부수기만 하던 마기와는 달랐다. 마치 화극이 일순간 쑥 늘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어쨌건, 그때 마침 뻗어 나간 검기가 아니었더라면 오늘, 크나큰 낭패를 보았을 뻔하였구나.’
여포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금은 미카엘이 지닌 엘리오스의 성배가 근처에 있기에, 마기를 발출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한데 때마침 생성된 검기 발출 스킬로 추기경의 팔을 잘라냈다.
그리하여 미카엘을 지켜낼 수 있었다.
실로 천행이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미카엘의 머리칼을 헝클어뜨렸다.
“그러니 굳이 말하자면, 죽을 놈이 죽은 거고 뒈질 놈이 뒈진 거다. 죽어도 싼 놈이니까 동정심 같은 거, 갖지 마라.”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여포가 콧김을 풍, 뿜어냈다.
“그나마 나니까 이렇게 깔끔하게 보내줬지, 만약 형님이었으면? 저놈, 죽지도 못하고 한참 괴롭힘당했을걸?”
그때였다.
“당연하지, 워후예!”
때마침 날아온 능청스러운 외침.
동시에 복도 끝 문이 활짝 열렸다.
바깥의 밝은 빛이 복도 가득하던 어둠을 단숨에 밀어냈다.
그 빛 속에서, 태평스러운 실루엣의 스켈레톤이 리듬에 맞춰 손가락뼈를 까딱거렸다.
“내 손에 걸리면 순식간에 끝장. 단숨에 보내지 얄짤없는 막장. 어머나 중대장이 실망해서 이모님이 환장? 그럼 당장 말아드려 자진모리장단으로 출장 보낸 뉴클리어 초장.”
두개골을 까딱대며 건들건들 다가오는 육 형.
여포는 피식 웃고 말았다.
“뉴클리어 초장은 또 뭐요?”
“그런 게 있어. 윗동네 푸짜르네 우라늄 홍차 헬조선 에디션 같은 거랄까. 아무튼, 이놈이 그 악랄하고 비열하고 사악해서 사람 목숨 알기를 파리 보듯 하는 데다 탕수육에 소스 부어 먹는다는 그 악독한 추기경?”
육 형의 뼈다귀 손가락이 널브러진 켈튼 추기경의 시신을 가리켰다.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로써 대강은 정리가 된 것 같구려.”
사실이었다.
열린 복도 문 바깥, 발코니 아래로부터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교황청을 완전히 점령한 언데드 군단의 함성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여포의 눈앞에도 이런저런 잡소리가 좌르륵 떠오르고 있었다.
띠링─!
[당신이 지휘하는 대마경의 언데드 군단이 교황청을 완전히 점령하였습니다. 점령도 100% 달성]
[명성 +1892 상승]
[악명 +1313 상승]
[엘리오스 교단의 세력이 둘로 나뉘어졌습니다.]
[신교파 : 소년 교황 미카엘을 추종하는 신세력. 평민 출신 낮은 신분의 일부 성기사와 사제, 병사들이 주력. 이들은 당신을 다소 경계하지만 적대하지는 않습니다.]
[구교파 : 켈튼 추기경을 제외한 나머지 추기경들과 그들을 따르는 주교, 사제들이 교황청을 대거 이탈하여 세력을 구성하였습니다. 귀족 출신의 자제들로 구성된 이들과 구교파 세력은 당신과 미카엘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깁니다. 또한, 대다수의 왕국 군주, 귀족 계층은 여전히 구교파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적대하는 구교파의 세력과 그들의 동맹 연합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그들이 선포한 성전은 계속하여 유효할 것입니다.]
[현재 성전 참여 세력 : 엘리오스 교단 구교파, 그 외 모든 교단과 왕국]
[당신은 상기한 모든 세력과 적대 관계에 있으며, 24시간 전투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24시간?
전투 중이라고?
저들 모두와?
여포는 눈을 부릅떴다.
별생각 없이 잡소리를 읽어 내리다가 불현듯 느낀 깨달음 때문이었다.
‘육 형의 말대로 24시간이라 함은 곧, 이곳 별세계의 하루라 하였다. 그럼 저 말은, 내가 종일 저들과 전투 중이라는 소리이고, 그 뜻은 곧…….’
로그아웃 불가의 이유.
당신은 전투 중이기에 로그아웃이 불가능하다던 잡소리.
‘그게 바로 저 뜻이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