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환생! 게임 npc되다 7권
진홍 신무협 장편소설
1장. 마지막 기로
‘머리가 깨질 것 같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주도면밀한 남궁백이 과연 그걸 놓쳤을 리 있을까.
설사 놓쳤다 한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그가 모를 수가 있나?
만약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뭔가 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혼란스러우신가 보군요.”
물론이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유라도 알고 있다면, 그에 대한 대처할 수 있을 텐데.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리고 그때, 주희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말했다.
“하면, 그 소문의 근원지를 찾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문의 근원지……?”
“네, 분명 그런 소문이 퍼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소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해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다.
애초에 이런 소문은 아무 이유 없이 퍼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소문의 주체가 거대한 힘을 가진 세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칫 입을 잘못 놀렸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분명 이 소문을 퍼뜨린 놈은 모든 전모를 알고 있을 거다.
“네, 이미 공자님께서 다시 찾아오실 날을 기다리며 그 소문의 배후를 찾아 나섰습니다.”
이미 수소문했다고?
그럼 너는 이미 알고 있는 건가?
“그래서 답은 찾은 거야?”
“아니요. 저는 기루를 한시라도 비울 수 없습니다. 하여, 그들을 찾아 나설 수 없었죠.”
화양은 기루를 비울 수 없었고, 이에 그 소문의 전모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죠.”
그나마 다행인 건 화양이 그 소문을 퍼뜨린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거였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당장 그들을 찾아 나서면 그만이었다.
“그게 누구지?”
“그들은 바로…….”
***
“이 소문을 퍼뜨린 놈들이 멸문한 마교의 잔당이라니…….”
“어떤 연유에서 소문을 퍼뜨린 걸까요?”
소문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마교였다.
대체 이미 멸문한 마교의 잔당이 어째서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이 모든 전모를 알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글쎄, 그래도 확실한 건 그들이 혈교에 대해 우호적이진 않을 거라는 거지.”
“확실히 그래 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남궁세가를 혈교에 의한 희생양처럼 보일 이유는 없을 거예요. 적어도 둘은 대외적으로 동등한 입장이며, 무림맹 대부분이 혈교에게 항복한 이유도 혈교가 자신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줄 것이라 생각하여 항복한 거거든요.”
팽칠의 말이 맞다.
애당초 대외적으로 혈교와 동등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대다수 무림맹의 문파들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혈교에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최근 혈교에 항복한 무림맹에서 다시금 혈교에 대적하는 세력이 나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것이 이 소문과 연관 있다면…….”
“그래, 그럼 더 확실해지겠지.”
게다가 최근 그들의 내부에서 혈교에 대적하려는 세력이 늘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이것과 연관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궁백, 네놈의 생각은 대체 뭐더냐.’
그렇다면 이는 주체인 남궁백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대체 남궁백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은 그저 기우에 불과한 걸까?
***
“혈교다! 모두 전열을 갖춰!”
그 시각, 진백검과 남궁백이 이끄는 혈교의 군세가 마교와 전투를 시작했다.
“확실히 우리가 우세하군…….”
겉으로 보기에는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혈교가 우세한 상황.
당연히 이 상황에 기분이 좋아야 할 남궁백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진백검은 의아한 듯 물었다.
“한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이는군.”
“그 입 다물어라.”
진백검의 물음에 남궁백은 이를 갈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절절맸다.
‘제길, 이백, 이자는 대체 뭘 하는 게야! 내가 그토록 연통을 주었건만!’
사실 남궁백은 지금껏 몰래 마교와 연통 중이었다.
혈교의 크고 작은 움직임, 그리고 특히나 그중에서도 은향의 움직임을 보고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백은 혈교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그렇기에 남궁백은 이번에도 혈교의 대규모 원정군이 마교를 향해 칼을 들이민다고 이백에게 일렀었다.
이백이 이번 일 역시 해결하기 바라며 말이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겐가. 대체! 일이 틀어지면 지금껏 내가 해온 일들이 모두 무산이 된다.’
하지만 지금 남궁백의 두 눈에 보이는 광경은 그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애당초 조그마한 방비라도 해놓을 줄 알았건만, 무차별적으로 혈교에 당하고 있는 마교.
그리고 그걸 보며 입술을 짓씹는 남궁백이었다.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군.”
게다가 진백검이 태평한 소리를 늘어놓자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남궁백이었다.
하지만 그때.
촤아아악!
“크아아악!”
혈교의 은신처 내부에서 한 차례 큰 파육음이 들리더니 수십의 혈교 무사들이 널브러지는 것이 아닌가.
저벅, 저벅.
“은향, 그 계집은 보이질 않는군.”
그리곤 그사이를 걸어오는 한 사내.
“이, 나를 뭐라 생각한 건지……. 저런 피라미들뿐이라니.”
저벅, 저벅.
“그 망할 계집을 혼쭐 내줘야겠구나.”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서슬 퍼런 기운을 내뿜었다. 그 기세에 주변이 압도되어 혈교의 무사들은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며 남궁백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하, 이백. 그래, 네가 직접 나서겠다는 게냐. 이제야 공개적으로 나서겠다는 겐가!’
그는 바로 현 마교의 수장이자 전, 마교의 사마신의 수장.
이백이었다.
“자, 전부 오너라.”
스릉.
***
“이곳이 정말 내가 알던 마교의 은신처가 맞아……?”
화양이 알려준 길을 따라 안휘를 살짝 벗어나니 이윽고 판자촌이 보였다.
화양이 말한 곳은 분명 이곳이 맞는데…….
“이건 뭐, 개방의 한 지부라고 해도 믿겠네.”
과거 악명을 떨쳤던 마교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름하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던데, 그건 아닌가.
“마교는 멸문 이후 뿔뿔이 흩어졌다 들었습니다. 여기는 그중 하나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끄응, 과거 개방에 들렀던 일이 생각나 미쳐버리겠다.
뭔가 똥오줌 냄새가 절절 흐를 것 같은 분위기.
최근에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해서 잊고 있었는데…….
나 비위가 약해도 엄청 약했었지.
벌써 구역질이 나올 것 같다.
‘그래도 뭐 별 수 없지.’
그렇다고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벅, 저벅.
‘냄새가 코를 찌르는군.’
그래도 역한 냄새에 미쳐버릴 것 같다.
차라리 쓰레기봉투에 코 박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을 듯 했다.
“너희 둘은 괜찮아?”
그런데 이런 나에 비해 주희와 팽칠은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팽칠이야 뭐……. 과거에 궂은일도 다 했으니 그렇다 해도 주희는 그래도 귀족가 여식이었는데…….
“네. 저는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아요. 뭐, 이런 건 매화단에서 이미 수도 없이 겪었거든요.”
역시 경험이라는 건 무시할 수 없나 보다.
매화단에서 궂은일이란 궂은일은 다 겪었나본데…….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됐는지 미안하면서도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벅, 저벅.
여하튼 우리는 판자촌을 걸어 안쪽으로 향했다.
‘시선이 따갑군. 경계하는 듯해.’
안쪽으로 향하는 도중, 판자촌에 거주 중인 이들이 우릴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었는데, 언제든지 칼을 뽑을 수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무언의 압박감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이 일이 끝나고 빨리 이곳을 떠야겠어. 기분 나쁜 곳이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곳.
‘그나저나 누구에게 이를 물어봐야 할지…….’
하아, 그런데 이래서야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할지 모르겠다.
다들 우릴 경계하고 있어서 말이지…….
그런데 그때.
“남궁공……?”
어디선가 익숙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이윽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김행칠 어르신!”
그는 바로 김행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