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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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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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아나함
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3권
· 차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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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수양딸이 되었습니다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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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나, 어제 저녁엔 잘 잤니?”
다 같이 아침을 먹는데 루카스가 물어왔다.
“웅. 어제는 꿈도 안 꾸고 잘 자써.”
“피곤이 쌓였을 텐데 잘 자야지.”
엘로이가 다 자른 콩고기를 내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아버지, 오늘 제가 리아나 고기 썰어 주는 날입니다.”
루카스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엘로이에게 언짢은 티를 냈다.
“그런데?”
“그런데라니요. 순서를 지키셔야죠.”
“나보다 네가 더 빨리했으면 됐을 일이다.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말도록.”
“그럼 다음 아버지 차례에 제가 하면 되겠네요.”
엘로이의 말에 루카스는 쿨하게 다음을 기약했다. 아버지를 이길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아들이었다.
“참, 리아나, 깜박하고 전해 주지 못한 말이 있는데. 에이미라는 애가 찾아왔었어.”
니키가 자신의 고기를 썰다 말고 말했다.
“에이미 언니? 언제 왔었는데?”
“전부 서부에 가 있을 때.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 다시 방문하지 않을까.”
“언니 잘 지냈으려나…….”
포크를 입에 문 채로 중얼거리자 니키가 부드럽게 내 포크를 빼어 샐러드를 찍어 주었다.
“딴생각 말고 마저 먹어.”
“웅.”
그래, 일단 밥부터 먹자.
언니가 오면 무슨 일인지 알 수 있겠지.
에이미 언니가 왔었다는 말에 남은 식사를 어영부영 끝내고 방으로 돌아왔다.
한참 블럭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루안나가 들어와 손님이 방문했음을 알렸다.
“아가씨, 에이미라는 애가 찾아왔는데요. 그때 아가씨가 도와준 애 아닌가요?”
“맞아! 내 방으로 들여보내 줘. 그리고 차랑 과자도 가져다줘.”
“네, 그럴게요.”
루안나가 나가고 나서 나는 테이블에 앉아 에이미를 기다렸다.
그동안 잘 지냈으려나….
나쁜 길로 빠진 건 아니겠지.
잠시 뒤, 노크와 함께 에이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새 에이미도 엄청 자라 있었다. 처음 봤을 때가 여덟 살이나 아홉 살 같아 보였다면 지금은 최소 열네댓 살은 되어 보였다.
“언니!”
의자에서 뛰어 내려와 에이미를 반기자, 에이미는 어색하게 웃으며 쭈뼛거렸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그새 많이 자라셨네요.”
“언니도 많이 자랐잖아! 그에 비해 리아나는 자라는 속도가 느린 것 같은걸.”
“그런가요.”
“웅. 일단 앉아. 루안나가 차랑 과자를 내어올 거야.”
“네에.”
에이미는 어색하게 의자에 앉아 힐끔거리며 내 방을 구경했다. 그 사이 루안나가 차과 과자를 테이블에 놔주고 나갔다.
“언니, 이거 차 향기 엄청 좋아. 마셔 봐.”
“감사합니다.”
에이미는 조심스럽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동안 잘 지내써?”
“네에……. 덕분에요.”
에이미는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언니 근데 왜 계속 존댓말 해? 리아나가 더 어리니까 말 편하게 해두 돼.”
“그래도… 될까?”
“그럼! 편하게 해. 리아나는 그게 조아.”
“그럼, 응. 고마워.”
“웅. 그런데 무슨 일이야?”
“저기…… 저번에 했던 말. 진짜야?”
“저번에 했던 말?”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말하는 거지?
“네가 브로치 빼 주면서 했던 말 있잖아.”
에이미는 직접 말하기가 망설여졌는지 은근히 힌트를 줬다.
브로치 빼 주면서 뭐라 그랬더라?
궁금하면 찾아오라고 했던 거 같은데……. 일자리가 필요하면 오라고 그랬던가?
“일자리가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했잖아. 아무래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염치없다는 거 알지만 생각나는 게 여기밖에 없었어.”
“아무 일이나 괜차나? 리아나가 알아봐 줄 수는 있긴 하지만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리아나도 몰라.”
“괜찮아. 뭐든 다 할 수 있어. 일 가릴 처지도 아니고.”
“그럼 리아나가 아빠한테 물어보께.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어.”
“응. 고마워. 열심히 할 테니까… 잘 부탁해.”
“웅. 온 김에 좀 더 놀다가 가. 가끔 이렇게 같이 놀자.”
“저번에도 궁금했던 건데, 왜 이렇게 날 도와주려 하는 건지 물어봐도 돼?”
에이미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 그냥 도와주고 싶은 건데.
나쁜 길로 빠지는 언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걸까?
어린 나이부터 학대받던 언니들은 중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보육원을 뛰쳐나갔었다. 그리고는 나중에서야 경찰을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 안 좋은 길로 빠져서 영영 못 보게 되거나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학대받고 뛰쳐나가길 반복했지.
그땐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지만… 지금은 좀 다른걸.
“그냥, 언니가 나쁜 길로 안 갔으면 좋겠어서. 그게 다야.”
“그렇구나. 고마워.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텐데 신경 써 줘서.”
“리아나도 엄마아빠 덕분에 도울 수 있는 것뿐인걸. 리아나한테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차 더 마셔, 언니.”
“응.”
에이미는 다시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 * *
에이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문의 막내딸이 일자리를 알아봐 준다니 한시름 덜어 낸 것 같았다.
처음 봤을 때도 부잣집 아가씨인 줄은 알았지만 그게 설마 북부의 수장가문일 줄 몰랐다.
‘일하고 돈을 벌게 되면 먹고 살 걱정은 줄겠지……. 방이 참 예쁘던데…… 부럽다.’
에이미는 리아나가 부러웠다. 자신은 부모 잘못 만난 탓에 어린 나이에 일하게 생겼는데 리아나는 부모 잘 만난 덕에 좋은 것들을 당연하게 누리며 사랑받고 자라는 것이 조금 질투가 나기도 했다.
‘언제쯤 소식을 알 수 있을까? 되도록 빨리 일하고 싶은데.’
에이미는 가벼웠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집까지 천천히 걸었다. 어린 나이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족쇄가 되어 다리를 붙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
에이미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한참이나 소파에 앉아 생각했다.
도와주고는 싶은데… 내 힘이 아닌 아빠의 힘으로 도와주는 게 맞는 걸까?
내가 그렇게 도와줘도 되나?
일단 아빠가 안 된다고 하실 수도 있으니까 물어보는 게 먼저겠지?
저녁 먹을 때 물어봐야겠다.
오후 내내 기다린 끝에 처음으로 식당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리아나 웬일이야? 제일 먼저 왔네? 배 많이 고파?”
니키가 자기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아니아니. 리아나 아빠한테 부탁하고 싶은 거 있어서 빨리 와써.”
“부탁하고 싶은 거? 그럼 아버지한테 바로 가면 되잖아. 뭐 하러 저녁때까지 기다려? 방도 제일 가까운데.”
니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리아나가 아빠 일하는 거 너무 방해 많이 하는 거 같아서……. 생각할 것두 조금 있었구…….”
괜히 또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방해 아니니 언제든 편하게 와도 된다, 리아나.”
어느새 식당에 들어온 엘로이가 루카스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빠 언제 와써? 루카스 오빠도 같이 왔네?”
“응. 요 앞에서 아버지랑 만나서.”
루카스는 세팅되는 음식들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콩고기 썰어 주는 걸 저렇게 집착할 일이야?
여전히 내 콩고기를 썰어 주려고 경쟁하는 아빠와 오빠들을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엔 루카스가 잽싸게 먼저 내 콩고기 접시를 낚아채 갔다. 그리고 루카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엘로이를 쳐다봤다.
엘로이는 픽 웃으며 어이없어하더니 내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래서 오후 내내 기다려서 하고 싶었던 말이 대체 뭐지, 리아나?”
“우웅. 저기 있짜나, 아빠.”
다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진짜 이걸 아빠한테 부탁해도 되는 걸까?
언니한테는 큰소리 땅땅 쳤지만…….
“뭔데 그렇게 뜸을 들이나.”
“혹시 에이미 언니가 일할 수 있는 곳 알아봐 줄 수 이써? 리아나는 에이미 언니 도와주고 싶은데 능력이 안 돼…….”
“능력이 안 되면 도와준다고 하질 말아야지.”
“그래두 도와주고 싶은데……. 리아나는 에이미 언니가 나쁜 길로 안 갔으면 좋겠단 말이야.”
“대체 왜 그 애한테 이렇게까지 잘해 주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군. 그저 어쩌다 길거리에서 만난 애 아닌가.”
“그러게요. 리아나, 그 애가 네 친구인 것도 아니잖아.”
루카스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엘로이를 거들었다.
“친구는 아니어도 리아나는 에이미 언니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언니가 힘들게 사는 게 언니 잘못은 아니자나. 언니도 아직은 어린걸.”
“한 번 도와줬으면 됐지, 또 찾아오다니 염치가 없는 애 같은데.”
“루카스 오빠 나빠. 에이미 언니는 리아나가 먼저 오라고 해서 온 거야. 그렇게 나쁘게 말하지 마.”
루카스에게 괜히 더 툴툴댔다. 에이미와 아직 친구는 아니어도 자꾸만 마음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