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발치에 하얀 책이 떨어졌다. 충동적으로 역사소설을 써보겠다 마음을 먹은 결과가 이것이다. 오래 전에 역시 변덕으로 사두었던 <중국전사(中國全史)>를 30여분 째 집요하게 찾다가 결국 이것을 끄집어내고 말았다. 스크랩 파일에 들어가지 못하고 누렇게 바래버린 신문쪼가리나 집안을 뒤집다 포기했던 조그마한 음악해설서를 발견했을 때, 아니, 잘 둔다고 챙겼다가 잊어버린 아이들 상장을 찾아냈을 때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그만두었어야 했다. 켜켜이 쌓아 세 겹이 된 책장이 건초더미 가득한 창고처럼 품었다가 뱉어낸 바늘은 몇 해에 걸쳐 쌓인 먼지구름과 함께 견디기 힘든 아픔을 일깨웠다. 푹 찔리고 무심코 빼내니 몽글몽글 솟는 핏방울처럼, 아릿한 통증이 가슴 속으로 번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