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녀를 거울 앞으로 확 돌려 세웠다. 파닥파닥 맥박 뛰는 목덜미와 쿵쿵 뛰어대는 심장을 그의 손에 쥐어 잡힌 채 그녀가 홀린 듯 바르르 몸살을 내고 있었다.'“왜 대답을 못해? 화가 나나? 네 안에 울분이 널 부들거리게 해? 아니야. 넌 자극이 되는 거야. 네 여성이 날 받아들이라고 해. 아직도 모르겠나? 자, 느껴 봐!”'너무나 순식간이었다. 갑자기 목덜미를 쥐고 있던 손이 불쑥 다리 사이로 들어와 옷 위에서 손바닥을 편 채 허벅지 안쪽을 꾹 눌러 압박했다.'헉, 그녀가 경악에 찬 신음 소리를 흘려냈다. 이럴 수는 없었다. 도저히 이럴 수는 없었다.'뒤에서 그녀를 안은 그의 얼굴이 잔인한 미소를 지은 채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소윤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쳐 그를 밀치고 한 손으로 철썩 그의 뺨을 올려붙였다. 하지만 즉시 후회가 밀려들었다. 용서를 모르는 응징의 손길에 속수무책 휘둘려 그녀는 다시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이런, 어떡하지? 넌 날 흥분시키는 방법도 알아.”'“아악!”'“쓸데없는 노력하지 마. 솔직해져. 네 육신처럼 말야. 그게 훨씬 자연스러워.”'그의 입술이 다가오고 있었다. 소윤은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중략>'*'소윤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심장박동에 맞춰 가슴을 세차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환한 전등갓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 밝았다. 너무 밝고 눈이 부셔 눈꺼풀이 움츠러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끝도 없는 서글픔이 밀려왔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이 불확실하고 희망 없는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문득 텅 빈 느낌에 뱃속까지 공허해졌다.'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도 몰랐다. 소윤은 초인적인 기운으로 승민을 밀치고 정신없이 문을 뛰쳐나갔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너무도 애절하게 고막을 때렸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고, 마치 정신이 쏙 빠진 미친 여자처럼 후닥닥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승민은 그녀를 잡으러 쫓아가지 않았다. 분노로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고 당장에라도 이소윤을 붙잡아오지 않으면 뒤로 고꾸라질 것처럼 흥분이 거셌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무력해져 도저히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겨우 몸을 움직여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가 달리고 있었다. 위태위태한 동작, 부자연스럽게 두 팔꿈치를 몸에 붙이고 필사적으로 밤거리를 뛰어가고 있었다.'창틀을 잡고 있는 승민의 팔에 툭 힘줄이 불거졌다. 그리고 돌연 양팔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으아악! 이소윤! 이소윤!”'야수의 울부짖음처럼 독이 들어차 절규하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났다. 지독한 좌절감이 몰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