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칠전팔도(七顚八倒)'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음)''''힘들게 휴가를 받아서 온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알아주는 정계 사람들과 인사하기에도 몸이 모자라는 것 같았다. 아내라며 소개시켜 줘도 될 터인데 무엇이 그리도 바쁘지 란아를 아무도 모르는 홀에 두고 어디론가 가버렸다.'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동생을 찾았지만, 란지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한숨만 연방 내쉬었다. 이런 게 아마도 외기러기 신세인가 보다고 생각한 란아는 슬픈 미소를 입가에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그에게 잘 보이기 위함도 있었다. 시어머님의 협박 아닌 협박도 있었지만, 근본 마음은 성준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달라진 모습, 종택에서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에게 다가서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의 헛된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쓸쓸하게 웃고 말았다. 동생 남편인 아주버님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그였다.'야한 드레스를 입었다고 버럭 화를 내는 성태와는 달리 성준은 무표정했다. 예쁘다는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타인을 보듯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고는 홀로 파티장을 쏘다니며 사람들과 웃고 즐겼다. 그녀를 홀로 내버려 둔 채로…….'한쪽 구석에 자리한 테이블에는 시부모님이 제법 친분이 있는지 노부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여 다가갈 수도 없어 발길을 돌렸다.'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나풀나풀 거리며 치마단이 무릎에 닿았지만, 울적한 기분이라 즐거움을 느낄 수도 없었다. 웨이터들이 들고 다니는 칵테일을 석 잔이나 마신 탓인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지만, 무시해 버렸다.'“란아!”'동떨어진 세상에 홀로 남은 것 같은 느낌에 밖에 나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돌렸지만, 성준의 외침 소리에 희망을 품고 몸을 돌렸다. 싱긋 웃으며 손을 휘휘 흔드는 그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가 있는 곳으로 바삐 발을 움직였다.'“내 아내.”'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모여 있었다. 서로 허물이 없는 모습에 친구라고 생각한 란아가 최대한 환한 미소를 얼굴 가득 지으며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반갑습니다. 최란아라고 해요.”'“아, 네. 저는 이놈 친구인 김미호, 이쪽은 석선진. 그리고 이쪽은 박윤희, 이설화예요. 누군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만나서 반갑습니다.”'불쑥 내민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란아가 어깨를 으쓱하며 큼직한 손과 맞잡으며 미소를 지었다.'“아, 네.”'“근데 정말 미인이십니다. 올해 몇 살이세요?”'“스물여섯입니다.”'“우와, 저는 스물인 줄 알았습니다.”'넉살 좋은 미호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농담을 하자, 주위에 있던 윤희와 설화가 콧방귀를 뀌었다.'“얘는. 어디를 봐서 스물이야? 딱 봐도 서른은 되어 보인다.”'붉게 칠한 입술을 이죽거리며 빌빌 꼬아대는 윤희의 말투에 순간 울컥거리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참으며 접대용 미소를 잃지 않았다.'“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서로 보는 관점이 틀린 거니까요.”'“그러네요. 제 관점에서 볼 때는 상당히 나이가 들어 보이거든요. 그쪽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