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검은 원 버튼 정장에 블루 탑을 받쳐 입은 여자가 들어오고 있다. 또각거리는 구두소리는 듣는 이의 귀를 어지럽히고 여자에게 풍기는 무스크향은 보이는 그대로 감춰진 섹시함을 들어내는 듯 하고 있다. 머리를 옆으로 휙 하고 제쳐서 쓸어 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의 시선이 치마의 옆트임으로 나 있는 매끈한 다리에 시선이 꽂히고 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잘 걸어가던 여자가 갑자기 다리가 꼬이는가 싶더니 휘청거리며 한쪽 발목이 꺾이면서 넘어질듯이 움직이더니 다시 일어서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이씨, 일팔…… 도대체 어떤 놈이 취향이 이런 스타일이야?”'현서는 아파트 인테리어 실내설계도를 가방에서 꺼내면서 씩씩거리고 있다. 코딱지만 -실제로 자신과 직원 둘뿐인- 한 인테리어 설계를 하는 작은 회사라고 리모델링 아파트 시공사가 불러들이며 정장 차림을 요구해오자 현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즐겨 입던 청바지를 벗어 버리고 이틀이나 고심해서 거금을 들여 정장을 마련해서 입고 있다. 거기다 구두를 신어 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서 적응이 되지 않고 있는 터이다. ''13층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화장은 기본으로 하고 입술에 바른 오렌지 빛 립스틱이 침이 발려져서인지 반짝여 보이고 있다. 그리고는 예의상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포에버 러브 홈에서 왔는데요.”'억지로 웃으며 지어 보이는 미소는 썩은 미소에 가까워서 자신이 보기에도 별로라는 인상을 풍길 것 같아 현서는 착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면 서슴없이 웃어 주고, 그저 평범하다면 그냥 슬쩍 웃어 줄 것이고, 정말로 개밥에 말아 먹은 족속 같으면 웃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 ''13층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울리고 있다. '“역시 돈 좀 쓰는 회사는 다르긴 다르군.”'현서가 두리번거리며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반짝거릴 만큼 깨끗한 대리석과 붉은 체리목 문 앞에 ‘미래건설’이라고 쓰여 있다. '‘웃기고 있어, 미래건설?’'현서는 침을 삼키고 옷매무새를 살펴보고는 단추를 만지고 심호흡을 하고는 문을 두들기고 있다. 들어오라는 소리가 없자 현서는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서고 있다. '“안녕하세요? 포에버 러브 홈에서 왔는데요?”'“아, 인테리어 때문에 오셨죠?”'“네.”'여자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사장실이라고 쓰인 곳에 노크를 하고 있다. 주위에는 서너 개 되는 책상이 있고 사무실에는 그저 여직원 혼자인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인테리어 담당하는 포에버 러브 홈에서 사람이 왔습니다.”'“들어오라고 해.”'“고맙습니다.”'현서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자 다시 한 번 치마를 쓸어내리고 들어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