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이원석 회장은 오늘도 어김없이 하나밖에 없는 딸의 장래를 생각하며 한숨을 지었다. 아직까지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그렇다고 남자에 관심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딸이 그는 늘 걱정이었다. 유일한 혈육이자 가족인 그의 딸, 서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서윤이 하루빨리 좋은 짝을 찾아 결혼하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부쩍 건강이 나빠졌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아저씨, 웬 한숨이세요?”''오랜만에 그를 방문한 영환이 걱정스런 눈으로 물었다. 아들 같은 영환을 바라보며 그는 자기도 모르게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녀석을 진작에 사위로 삼았어야 하는데. 그러나 그의 바람을 저버리고 그는 1년 전에 유부남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또 서윤이 걱정이세요?”''“또 라니? 너도 자식 낳아서 길러봐라. 그래야 내 맘을 이해할 거다.”''“아저씨도 참. 서윤인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 마시래두요.”''“누가 그런 걸 걱정한다든? 나이는 먹어 가는 데 아직까지 연애도 못하고 혼자 있는 게 안쓰러워서 그러지.”''“서윤인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예요. 아시잖아요?”''영환은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아버지의 친한 친구였던 이 회장의 집에서 아들처럼 자라온 그가 이 회장의 고민을 모를 리 없었다. 누구보다 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영환이었지만, 서윤은 그에게 아직 어리기만 한 동생이었다. 때문에 혼기를 놓친 것도 아닌데 저렇게 고민하는 이 회장을 보면 영환은 조금 답답한 기분까지 들었다. ''“안 하는 거든 못하는 거든, 스물여섯이면 벌써 시집가서 손주라도 안겨주었을 나이야!”''“아저씨, 그건 옛날 얘기죠. 지금은 그렇게 빨리 결혼 안 해요!”''“녀석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니? 먼저 간 우리 집사람은 스무살 때 나를 만나서 스물한살 때 서윤이를 낳았어!”''“아, 글쎄 지금은 아니래두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서윤이도 금방 좋은 짝을 만날 거예요.”''“이러고 있다가 코쟁이를 사윗감으로 데려오면 어떻게 하냐?”''“정말 걱정을 만들어서 하시네요. 서윤이는 외국인 안 좋아해요.”''“에휴, 너 같은 사윗감만 나타났으면 좋으련만.”''이 회장의 말에 영환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회장이 자신을 사윗감으로 점찍어 놓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단 한번도 서윤을 이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건 서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